[데스크 칼럼]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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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에디터

2022년 취재로 만난 청년예술인
뛸 무대 없어서 지역 떠나는 현실
부산 ‘문화예술 생태계’ 육성하고
현장 청년들 목소리 귀 기울여야

“무대가 진짜 고팠어요.” 청년1은 올여름 신진 예술인 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했다. 공모로 선정된 부울경 청년예술인에게 부산문화회관이 제작하는 작품에 참여하고 무대에 설 기회가 제공됐다. 청년1을 비롯해 무용과 국악 분야 청년예술인들은 뜨거운 연습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8월 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변종 호랑이의 성장기를 다룬 ‘수퍼 타이거’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 취재 때 청년예술인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연습을 할수록 무대가 더 간절해졌어요.”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10월 말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의 기획 프로젝트 전시 ‘안녕 예술가’가 열렸다. 전시장에서 미술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 청년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 ‘미술을 좋아하는 내가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방법이 없어서’라는 답이 30%를 차지했다. 부산 미술계의 문제점으로는 ‘네트워크 부족’ ‘지원제도’ ‘전시공간 부재’ 순서로 답이 나왔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둥근 조형물 위에 예비 작가들의 바람이 새겨져 있었다. ‘평생 작업하는 작가, 가치 있는 작가,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안녕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 작가의 길을 꿈꾸고 고민하는 청년2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문화지리지-2022 부산 재발견’ 10편 연극 분야 취재를 하면서 청년 연극인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접했다. 배우의 경우 세 작품은 동시에 뛰어야 한 달 수입 150만 원 정도를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는 배우, 출연진들 연습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아침 일찍 만난다는 이야기까지. 연극계의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한 독자도 있었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가 없어져 학생도 전공자도 반으로 줄었다”는 연극계 청년3의 말에서는 밖에서는 잘 안 보이는 청년 극단의 현황이 보였다.

최근 〈부산일보〉에 실린 ‘부울경 문화분권 기초 연구’ 기사에 부울경 지역 세대별 예술인 비율이 나온다. 수도권의 경우 2030 예술인이 58.5%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부울경 예술인 중 2030은 34.2%에 그쳤다. 특히 20대 예술인 비율은 14.4%로, 전국 평균보다 5%P 이상 낮았다. 연구를 진행한 부산문화재단은 이 수치를 대학의 문화예술 분야 학과 수와 연결 지었다. 수도권 대학의 문화예술 관련 학과 숫자는 1048개, 부울경은 177개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역 대학들이 순수예술 관련 학과를 폐과하거나 축소한 영향으로 예술인 양성 과정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또 전공을 마치고 현장에 나와도 뛸 무대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청년예술인력의 역외 유출은 가속화하고, 지역 예술계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원향미 선임연구원은 청년예술인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 ‘지역에 예술시장이 과연 있는가’라는 부분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예술인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예술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창작자와 공연자 외에도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을 발굴·육성해서 지역 문화예술의 판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장에 있는 청년예술인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각종 정책 마련뿐 아니라 각 분야의 기관·단체 운영에 있어서도 필요한 일이다. ‘대학에서 예술 창작 외에 예술경영, 문화기획 등 실무 관련 교과목을 개설해주면 좋겠다.’ ‘부산에는 아카데미가 없어 배우나 창작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배움 기회가 부족하다.’ ‘공연장이나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이 인디음악이라는 장르의 현실을 반영했으면 좋겠다.’ 청년예술인이 원하는 것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문화지리지 연극 취재를 위해 전화를 돌리다 2020년 창작단막극제 ‘나는 연출이다’에 참여한 연출가와 연결됐다.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여러 단막극 중에서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줬다. 당시연출가가 누굴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났다. 작품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다시 무대에서 볼 날을 기다리리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연출가는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올 한해 미술, 무용, 연극 등 다양한 현장에서 청년예술인을 만났다. 힘겹지만 열심히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청년예술인에게 보내는 응원이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언론도 현장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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