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바다로 자유롭게 헤엄칠 날이 곧 올 거예요”
한국RMHC, 환아 대상 백일장
양산부산대병원 맥도날드 하우스
최우수상 수상 백지민 등 6명 시상
‘나는 물고기처럼 어항에 살아요/ 내가 사는 어항 이름은 83병동 어항이에요/ 나는 물고기처럼 어항 위에서 떨어지는 밥은 맛있게 먹고 하지만 먹기 싫은 약도 먹어야 해요/ 나도 언젠간 바다로 자유롭게 헤엄칠 날이 곧 올 거예요(백지민의 시 ‘나는 물고기’ 중에서).’
재단법인 ‘한국RMHC(Ronald McDonald’s House Charities)’와 맥도날드가 20일 경남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에 있는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에서 ‘제8회 울림 백일장’ 시상식을 열었다.
울림 백일장은 한국RMHC가 전국에 있는 환아들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행사이다.
이날 행사는 한국RMHC 제프리 존스 회장 인사말과 한국맥도날드 김기원 대표 축사로 시작됐다. 이어 이서빈 심사위원의 총평, 시상, 수상자 시 낭독, 축하공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제프리 존스 회장은 “여기 오면서 시작한 행사가 벌써 8회째를 맞았다. 아이들이 쓴 시가 매우 감동스럽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를 낭독한 적이 있는데, 많은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아름다운 작품들을 모아 내년에 책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기원 대표이사는 “수상자분 모두 축하드린다. 문학을 통해 더 큰 세계를 보고 용기와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아 좋다”며 “시를 보고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번 백일장에서는 총 81명이 참여해 6명이 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백지민의 ‘나는 물고기’, 우수상에는 김재영의 ‘안녕, 두근두근 내 심장’, 하지민의 ‘계절’이 선정됐다. 장려상에는 임영은의 ‘세 정거장’, 최희주의 ‘버스’, 최윤의 ‘나는 왼손잡이’가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 후 학생들은 자신이 쓴 시를 직접 낭독했다. 객석에서는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환호 소리와 시어에 감동한 사람들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섞여 나왔다.
한 수상자 어머니는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다. 아프기 전까지는 게임,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울산에 사는데 뇌경색으로 인한 편마비로 이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이다. 좋은 추억을 쌓고 싶어 백일장에 참여했는데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국RMHC는 2019년 부산대학교 병원 안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를 세웠다. 이 집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아와 가족들이 병원 가까운 곳에서 함께 거주하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