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난입 사태 책임”… 미 하원, 트럼프 처벌 촉구
지난해 지지자 폭동 사건 관련
특위, 내란선동 혐의 등 결론 내
“권력 이양 막으려던 폭력 시도”
트럼프 “매우 당파적 결정” 반발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뒤 난동을 부린 사태와 관련 미 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 보고 그를 형사처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2024년 대선 준비에 한창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의 결정에 “가짜 혐의”라고 강력 반발했다.
미국의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의 ‘1월 6일 특별위원회’가 19일(현지시간) 지난해 발생한 의회 난입과 폭력 사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심에 있다고 보고 그를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했다. 특위는 민주당 의원 7명과 공화당 의원 2명으로 구성됐으며,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복수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내란선동·지원, 의사 집행 방해, 허위 진술, 음모 등이다.
특위가 이날 공개한 154쪽 분량의 보고서 요약본은 “1월 6일 사건의 핵심 원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한 사람”이라며 “그가 없었더라면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선언했다. 특위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적은 선거 사기라는 잘못된 주장을 퍼트리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이 그의 추종자들의 폭력 사태를 추동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DC로 모여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의 연설을 듣고 의회로 행진해 의사당 건물을 부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려고 시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경찰관 1명을 비롯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위는 1000명 이상 조사를 진행하고 방대한 증거를 토대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또 9번 실시된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공격을 부추긴 것은 물론 그의 지지자 일부가 총을 휴대한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그들을 선동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위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선거에서 진 사실을 알면서도 변호인인 존 이스트먼의 계획대로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 했다고 전했다. 미국 핵심 주에 선거인단을 자신이 이긴 것으로 조작하라고 종용한 것은 물론,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중단하라고 당시 상원의장을 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압박을 가한 것은 미국 최고 권력을 빼앗으려는 내란음모였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베니 톰슨 특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다. 신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며 “트럼프는 그 믿음을 깨뜨렸다”고 강조했다. 톰슨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이 권력 이양을 막으려는 폭력적인 시도를 한 적은 없다”며 “미국이 법과 민주주의의 나라로 살아남으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기소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의회가 전직 대통령을 형사처벌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시각이다. 2024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특위의 결정이 대형 악재로 작용할 조짐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극도로 당파적인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다. 이는 이미 탄핵의 형태로 다뤄지고 판결 났다”며 “나는 탄핵 심판에서 납득할 수 있게 이겼다. 이 모든 일은 탄핵과 동일하게 나와 공화당을 떼어 놓기 위한 당파적 의도”라고 주장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