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미줄’ 송전철탑 기장군, 지중화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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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공사 비용 늘어서 불가” 유감
수도권만 신경, 지방 노골적 차별

경남 밀양 일대 송전탑 전경. 연합뉴스 경남 밀양 일대 송전탑 전경. 연합뉴스

송전철탑은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다.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흉물스럽고 건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면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로 마을 주민이 2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한 뒤 69개의 송전탑이 들어섰지만 마을공동체는 사실상 붕괴된 아픈 기억도 생생하다. 부산 기장군에서도 지금 똑같은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기장군에는 송전탑이 이미 293개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들어섰는데, 한전이 여기다 27기를 더 세우려고 시도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54kV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받고 10월부터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예정된 송전선로 설치 구간에는 기장의 명산인 달음산과 일광산이 포함되어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 구간은 일광신도시와 장안택지 등 개발 중인 신도시와도 인접해 미래에 생길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 전자파 피해는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꽤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전자파 노출이 소아백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정했다. 전자파 피해와 지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 백지화나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가 답이다. 기장군 주민은 신규 송전철탑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지중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종복 기장군수와 기장군의회도 지중화 요구에 뜻을 모으고 한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전은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면 공사 비용이 크게 늘고 시공상의 어려움도 있어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전이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매우 유감스럽다. 한전은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서 지방을 노골적으로 차별해 왔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송전선로 지중화 비율은 서울 89.9%, 인천 73.0%, 경기도 18.5%이다. 반면에 송전탑이 그렇게 많은 기장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율은 0%이다. 송전탑 갈등은 수도권이 지방에 전력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비롯되지만, ‘송전선로가 경기도 평택부터 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지방에는 지중화 사업을 안 해 주는 것이다.

기장 사람들은 늘 원전 사고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면서 생기는 피해에 대해서는 원인 제공자인 한전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상식적이다. 한전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송전선로 지중화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전기를 생산하면서 각종 피해를 보는 지방의 송전선로에만 왜 그렇게 구두쇠 노릇을 하는가. 달음산과 일광산은 기장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동네 뒷산 같은 곳이다. 지금까지만 해도 기장 사람들이 겪은 고통이 너무 컸다. 한전은 국가과제인 지역균형발전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송전선로 지중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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