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동백항 차량 추락 살인’ 공범은 동거녀 [사건의 재구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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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 여동생 살인 공모 혐의
40대 여성에게 징역 5년 선고
보험 명의 변경·장소 물색 등
법원, 범행에 가담한 걸로 판단
‘공소권 없음’ 종결됐던 사건
공범 찾아 사법적 책임 물어

보험금을 노리고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차량을 고의로 바다에 빠뜨려 여동생을 살해한 남성의 동거녀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5월 동백항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 구조 현장. 부산일보DB 보험금을 노리고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차량을 고의로 바다에 빠뜨려 여동생을 살해한 남성의 동거녀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5월 동백항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 구조 현장. 부산일보DB

한가롭기만 하던 5월 한낮.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갑자기 경차 한 대가 바다에 빠졌다. 1m 높이 부두에 주차돼 있던 차량은 바다 방향으로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결국 추락했다.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표현이 적확해 보이는 사고였다. 운전석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A(40)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조수석에 탑승했던 B(43) 씨는 A 씨의 친오빠로 자력 탈출에 성공했다. B 씨는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경찰 조사에서 “운전 미숙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심쩍은 구석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뇌종양을 앓던 A 씨는 지난해 12월 치료를 중단하고 자동차 상해보험의 최대 한도액을 10배 이상 높였다. 차량 추락 직전에는 A 씨와 B 씨의 자리가 뒤바뀌었고, B 씨가 2시간 동안 주차 장소에서 차량을 타고 내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수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매의 아버지도 지난해 7월 경차를 몰다 부산 서낙동강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이후 올해 4월 16일 A, B 씨는 강서구 둔치에서 자신들이 탄 차량을 물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사고를 냈으나 두 사람 모두 구조됐다. 검찰은 이를 자살 미수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B 씨 주변으로 수사망을 좁히다 6월 1일 살인 혐의로 B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던 B 씨는 영장 청구 이틀만인 6월 3일 경남 김해의 공사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아버지와 여동생을 사지로 내몬 것으로 추정되는 B 씨가 목숨을 잃어 B 씨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자칫 잊힐 뻔 했던 사건은 B 씨와 동거했던 C(42·여) 씨가 공범으로 지목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C 씨는 동거남 B 씨와 공모해 A 씨가 가입한 6억 5000만 원 상당의 자동차 사망보험금 등을 받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남매의 아버지가 강에 빠졌을 때 B 씨를 태워오기 위해 다른 차량을 운전해 뒤따라가는 등 자살을 도운 혐의도 함께 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지경)는 20일 공판을 열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C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사고와 올해 5월 사고 모두 A 씨의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B, C 씨가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C 씨는 B 씨가 범행을 꾸몄을 수 있지만, 그에 공모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차 범행에 실패한 뒤 C 씨가 A 씨 명의였던 자동차 보험의 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하고, B 씨와 함께 거동이 힘든 A 씨를 태우고 인적이 한적한 물가 등 범행 장소를 함께 물색한 점 등을 들어 C 씨가 범행에 관여했다고 봤다.

검찰은 C 씨가 뇌종양 말기 환자에게 최소한의 고통 완화 치료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범행 도구로만 여겼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존귀한 생명을 보험금 편취 도구로 이용했고, 계획 범행한 점과 책임을 공범에게 미루는 점 등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1차 범행은 일부 피해자의 의사에 따랐던 점, 2차 범행 시 범행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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