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공원’ 만든다더니… 장애인 ‘접근금지’ 명장공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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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매립식 차량 차단봉
경사 가팔라 휠체어 진입 불가
동래구, 주차 공간마저 없애

명장공원 진입로가 보행약자의 보행을 방해하고 있다. 동래구의회 제공 명장공원 진입로가 보행약자의 보행을 방해하고 있다. 동래구의회 제공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보행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 공원’을 만들겠다던 부산 동래구청이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없애거나 공원 입구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오히려 장애인 이동권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명장공원은 출입구부터 경사가 가파른 탓에 휠체어로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장애인이 갈 수 없는 ‘무장애 공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0일 동래구청에 따르면 동래구는 2019년 명장동 일대에 2만 2226㎡ 규모의 명장공원을 조성했다. 2016년부터 추진된 명장공원 건립 사업에는 시비 등 약 40억 원이 투입됐다. 2018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동래구청은 약 540m 길이의 친환경 산책로를 건립해 유모차나 휠체어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무장애 숲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차례에 걸친 실시설계 변경 과정에서 당초 계획됐던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 2곳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산책로 길이는 당초 540m에서 487m로 줄어들었고, 공원 진입로부터 숲길로 가기까지 경사도 가팔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장애인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 보도 중 적어도 하나는 장애인이 통행할 수 있도록 유효 폭, 기울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해당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동래구의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동래구의회 전경문 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동래구의회 본회의에서 무장애 숲길 조성으로 보행자를 배려하겠다던 구청이 오히려 장애인, 노약자의 이동권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동래구청이 보행로에 집중하기보다 나비 조형물에 3900만 원, 파고라 조형물에 1900만 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동래구청 측은 당초 장애인 주차 공간 마련을 추진했지만 인근 주민 민원 탓에 설계를 변경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명장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과정에 장애인 주차 공간이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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