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폭탄에 부동산 시장 발 빼는 ‘2030 영끌족’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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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주택 구매 비중 21% 차지
지난해 25% 수준서 4%P 빠져
자금력 낮고 금리 전망 불투명
매물 내놔도 거래 안 돼 겹부담

2030세대는 고금리 탓에 부동산 매수를 꺼리고 있다. 부산 동래구, 연제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2030세대는 고금리 탓에 부동산 매수를 꺼리고 있다. 부산 동래구, 연제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벼락 거지’를 면하려고 ‘영끌’해서 ‘빚투’하던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제력이 약한 청년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되는데다, 집값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만큼 2030세대의 매수세 회복은 한동안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반기 2030 매수세 둔화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 매매 현황 분석 결과 올 10월 2030세대의 주택 구매는 459건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총 6만 9646건의 거래 중에서 20대가 3913건(5%), 30대가 1만 3686건(20%)으로 총 25%였던 것을 고려하면 4%포인트(P)가 줄었다.

2030세대의 주택 구매가 줄어든 것은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가자 최대한 빚을 내 집을 샀던 2030세대들이 근래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몸을 움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올해 중반부터 이런 현상은 본격화됐다. 올해 1~3월 2030세대의 주택 매매는 2047건으로 전체의 25%여서 전년 수준과 비슷했다. 하지만 8~10월 주택 매매는 1403건이어서 전체적인 수도 줄었고 비율도 22%로 3%P 빠졌다.

동래구의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젊은이들이 어디서 듣고 오는지 ‘어디 어디 구역이 곧 개발된다던데 혹시 물건 없냐’며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왔다. 지금은 전체적인 수요가 준데다 젊은 층의 부동산 방문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7월 2.2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달 3.25%까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다시 0.50%P 인상해 국내 금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금리가 오르면 누구나 투자하기 어려워지지만 40~50대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20~30대에게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이같은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2030세대의 주택 구매는 더 어려워지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30수요 몰린 곳 집값 하락 폭 커

2030세대가 주로 투자한 곳은 집값 상승이 예상되거나 신규 단지 분양이 많은 곳이다. 올해 10월까지 2030세대가 부산에서 가장 집을 많이 구매한 곳은 사하구(733건), 부산진구(672건), 해운대구(587건) 등이다. 문제는 이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89%를 기록했다. 지난달 -1.13%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1%대로 내리며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1.89%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하락률도 -4.19%나 된다. 특히 2030세대의 수요가 몰린 해운대구 -2.49%, 부산진구도 -2.22% 등에서 -2%대의 수치를 기록해 하락 폭이 컸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젊은 세대는 집값 상승을 통한 차익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많았다. 최근에는 올라간 곳을 위주로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어 2030 세대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빚투를 통해 해운대 아파트에 투자한 A 씨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신용대출, 보험약관대출까지 모두 활용해 집을 구매했다”며 “나름 계획을 세워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해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금리가 치솟아 생활비를 줄여가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빚을 해결하기 위해 팔려고 해도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영끌족을 더 힘들게 한다. 해운대구 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는 집 좀 보러 가도 되냐고 하면 ‘오늘은 안 된다’라는 분이 있었는데 요즘은 매도자가 매수자 일정에 맞춰 휴가를 내고 올 정도다. 매수자를 찾기도 힘들고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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