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작 의혹’ 전방위 감사…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가속도
표본 고의적 왜곡 등 정황 포착
전 청와대 관계자로 확대 수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이어 감사원이 전 정부가 만든 핵심 경제 지표들이 고의로 왜곡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강화하면서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원은 집값, 소득, 고용 등 핵심 민생지표들이 이전 정권의 경제 구호였던 ‘소득주도성장’과 ‘투기와의 전쟁’에 꿰맞춰졌다고 볼 만한 정황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감사 대상 기관인 통계청,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담당 직원 PC에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했다. 감사원은 기관이 통계를 집계·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 입김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부동산값 동향 조사에서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 입력하는 등 고의적 왜곡이 일어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8월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취임 13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강신욱 청장으로 교체된 일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당시 강 청장이 취임하고 통계 조사 방식을 바꾼 뒤에는 소득 5분위 배율 등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다. 감사원은 통계청 직원 조사에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가계동향조사나 보도자료와 관련해 특정 내용을 담아 달라거나 빼 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고, 이 중 일부는 실제 자료에 반영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황 전 청장과 강 전 청장 직접 조사를 마친 상태다.
감사원은 관계부처 공무원 조사에 이어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려는 기류다. 우선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조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감사원 측은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청와대 수석 조사 방침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차원의 통계 개입이 실제 있었는지와 그 배경·취지를 확인하려면 결국 문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 참모를 직접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고위급에 있었다고 해서 모두 조사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통계 왜곡에 실제로 가담한 정황이 있는 이들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