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아바타의 바다
수석논설위원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아바타 시리즈 두 번째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009년에 내놓은 ‘아바타’ 이후 13년 만의 후속작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행성 판도라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무대를 바다로 옮긴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계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낯익으면서도 새로운 수중생물이 다수 출연한다. 혹등고래를 닮은 ‘툴쿤’은 나비족과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물의 부족인 멧케이나족이 타고 다니는 ‘스킴윙’은 거대한 날치를 닮았다.
“바다의 심연은 달 같았다. 아주 황량하고 고립된 곳이었다. 마치 다른 행성에 갔다 온 기분이다.” 2012년 카메론 감독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 직접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다 나와 밝힌 소감이었다. 수심 1만 908m 심해 잠수로 세계 최고 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일찍부터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했으며 최대 관심사는 우주와 바다였다. 영화 ‘타이타닉’을 찍은 것도 바닷속에 가라앉은 타이타닉을 탐사하기 위해서였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다.
바다와 우주는 닮았다. 카메론 감독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분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떨어져 나가 달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한다. 큰 위성이나 운석이 지구와 충돌한 영향으로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지구 주위의 궤도를 도는 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지구에는 바다가 없었다. 지구의 지각이 식고 나서 비가 계속해서 내렸고, 대륙에 떨어졌던 빗물까지 흘러내려 염분으로 짠 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다른 해양의 바닥에는 지구 외곽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화강암이 깔려 있지만 태평양 해저는 지구의 중간층을 이루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평양 바닥에 있어야 할 화강암층은 어디로 간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지구의 크기 반 정도가 되는 혹성과 충돌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지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수치모델로 재현했다니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뱃사람들이 긴 항해에 나서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물의 세계이고, 대륙은 바다 위로 잠시 솟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달은 아주 먼 옛날 정말 지구의 일부였을까. 바다를 보며 우주를 생각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