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도 물류 비용 폭증… 웃지 못한 르노차 부산공장
11만 586대 수출, 작년보다 67% ↑
XM3, 9만 대 팔아… 수출 80% 차지
차 운반선 용선료 역대 최고액 행진
정부·부산시 등 수출 지원책 필요
부산 유일의 완성차 제조업체인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이 수출 호조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바닥을 친 수출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보다 곱절로 물류 비용이 폭증한 까닭이다.
21일 르노코리아자동차(이하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올해 11월까지 11만 586대를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67%나 늘어난 수치. 사실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수출 실적을 회복한 것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한 해 13만 대 이상 자동차를 수출하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코로나 여파로 2020년 수출 물량이 2만 대까지 급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지난해 7만 대, 올해는 11월까지 11만 대를 수출하며 경쟁력을 되찾았다.
르노코리아의 소형 SUV인 XM3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뉴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수출되는 XM3는 올해 9만 대가 넘게 수출되며 르노코리아 수출 실적의 8할을 차지했다. 국산 승용차 중 모델별 수출 5위다. 특히 XM3는 지난 10월에만 1만 2388대가 부산공장에서 생산됐다. 2020년 위탁 생산 종료로 부산공장을 우려하게 만들었던 닛산 로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했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울상은 짓는 이유는 자동차 운반선 용선료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운반선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용선료는 역대 최고액을 연일 경신 중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항만 물류 적체, 해운 업계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여기에 이웃 중국이 유럽 시장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물량이 폭증하면서 가뜩이나 한정된 자동차 운반선 공급이 더 줄었다. 자동차 운반선 발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 물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르노코리아도 유럽 중형선사의 비정기 운송 서비스를 끌어오는 식으로 급한 불은 끄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실어나르는 물량 자체가 다른데다 정기편과 달리 왕복 운임과 체류비까지 지급해야 하는 등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르노코리아 측은 “불과 3~4년 전만해도 대형 선사가 많아 물류비도 높지 않았고 서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요청이 오곤 했는데 그새 이런 대형 선사가 모두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차를 실어나를 배편 구하기가 하늘이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체급이 큰 현대기아차의 경우 그룹 내 자회사에서 전용선을 동원해 넉넉하게 수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국적선이라고는 해도 내수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터라 여기에 손을 내미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지속적인 물류 비용 상승과 자동차 운반선 감소로 부산 제조업계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한 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부산 지역 내 수출 비중은 13.9%까지 신장됐다. 부산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수출제조업 내 비중은 20% 안팎에 달한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물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수출 물량이 감소할 경우 협력업체 전반으로 악영향이 퍼지게 된다는 의미다. 유럽행 자동차 운반선을 수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르노그룹이 상대적으로 운송 거리가 가까운 스페인 공장을 주목하는 것도 상당한 압박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당장 부산에서 차량을 수출하는 게 메리트가 없게 되면 내년 수출 실적은 5만 대가 될지, 6만 대가 될지 모른다”며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 따지지 말고 프랑스나 중국처럼 자국 화주에게는 항만 이용료를 할인해주거나 적극적인 감세를 해주는 등 정부와 부산시 차원의 수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