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팬데믹에도, 작품 속 세상은 여전히 ‘힘겨운 미로’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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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경향

응모작 6개 부문 총 3910편
예년보다 현실 도피적 글 늘어
당선작 내년 1월 2일 자 게재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는 우리 사회가 힘겨운 미로 속에 있음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다. 소설 예심, 아동문학, 희곡·시나리오, 평론 부문 심사 장면. 이재찬 기자 chan@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는 우리 사회가 힘겨운 미로 속에 있음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다. 소설 예심, 아동문학, 희곡·시나리오, 평론 부문 심사 장면. 이재찬 기자 chan@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는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는 징후는 역력했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가 힘겨운 미로 속에 있음을 반영했다. 우리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절박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인데 그것의 고질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의 하나는 ‘비정규직의 불안’이다. 참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절박한 상황은 각 장르의 작품들에서 일상과 신변의 토로, 일회적 소비 풍조, 염세적 세계관, 현실 도피적 성향을 거쳐 이유 없는 비속어 남발, 나아가 가학적 양태인 ‘자해’로 드러나기도 했다. 전체 경향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는 징후가 역력했다는 것은 코로나 이야기가 지난해에 견주어 현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2023 신춘문예에는 6개 부문에 걸쳐 1411명이 총 3910편을 응모했다. 이는 지난해 1410명이 총 3718편을 응모한 것과 비교할 때 응모자 수는 거의 같았고, 응모 편수는 200편 정도 늘어난 것이다. 시에서 10~20편을 응모한 경우가 다수였다. 시 소설 평론 희곡·시나리오, 4개 부문은 응모자 수와 편수가 늘었고 시조 아동문학, 2개 부문은 다소 줄었다. 대체로 지난해 비해 글 수준은 나았다는 평이었다.

단편소설(252명 261편)의 경우, 설익은 작품들도 많았으나 대체로 문장력이 좋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종교 유령 인공지능 환경문제 존엄사 등을 다룬 작품들이 있었고, 예년에 비해 현실 도피적인 글이 다수 보였다고 한다. 인물이 처한 부정적 현실을 노인의 가난과 요양병원 고립, 청년의 다이소 쇼핑과 편의점 알바, 비정규직 불안 등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들에서 자해 상황을 보여주는 청소년 모습이 많이 띄었는데 고민으로 다가왔다는 예심위원들(소설가 나여경 이정임 이병순)의 지적이 있었다. 본심 심사위원(소설가 한창훈 박향)은 예심에서 오른 9편을 5편으로 좁힌 뒤 2편을 놓고 0.5~1%의 미세한 저울질에 들어간 뒤 최종 당선작을 낙점했다.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본심, 시, 시조 부문 심사 장면. 정대현 기자 jhyun@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본심, 시, 시조 부문 심사 장면. 정대현 기자 jhyun@

시(515명 2140편)의 경우, 시 쓰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는 심사평(문학평론가 구모룡, 시인 성선경)이 있었다. 고백적 목소리, 서정적 경향, 삶에 대한 형상화가 주류를 이뤘으나 사변적 넋두리, 상투적 수사와 육화가 덜 된 언어는 문제점으로 꼽혔다. 젊은 층보다 노년층 투고가 많았다. 살아 있는 언어와 리듬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가렸다.

시조(114명 437편)의 경우, 대체로 작품들이 무난했다는 심사평(시조시인 이우걸)이 있었다. 그러나 개성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으며, 무엇보다 시조에서 서정성이 기본이고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자유자재한 솜씨가 농익은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희곡·시나리오(129명 132편)의 경우, 집주인 월세 시험 취직 백수 등의 단어들이 빈번하게 나왔으며 “글을 읽는 내내 젊은 세대들의 불안감이 머리를 흔들고 가슴을 파고들었다”는 심사평(극작가·연출가 김지용)이 있었다. 희곡이 103편, 시나리오가 29편이었다. 당선작으로 도전적인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뽑았다.

아동문학(동화 183명 190편, 동시 188명 717편)의 경우, 좋은 작품들이 대체로 많았다는 심사평(동시인 구옥순, 동화작가 배유안)이 나왔다. 동시에서는 어린이에게 낯선 소재, 동화에서는 소홀한 캐릭터 창조가 아쉬웠다는 평이었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재미와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냈다. 동시에서 당선작이 나왔다.

평론(31명 33편)의 경우, 대상 작품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해석한 응모작이 많았으나, 텍스트의 상징 해석이 평면적이거나 추상적 개념이 평문의 실질을 덮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심사평(평론가 황국명)이 나왔다. 치열성 날카로움 참신성이 돋보이는 응모작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영화평론 26편, 문학평론 7편이었다. 각 부문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를 마쳤고, 당선작은 내년 1월 2일 자 지면에 게재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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