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후조리원 집단 결핵…법원 “운영자·간호조무사가 배상해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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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걸린 간호조무사 접촉으로 신생아 73명 감염
1심 "감염 신생아·부모에 500만 원 등 지급하라"
"업무 중단 의무 없어도, 결핵 전염 책임져야"

신생아의 모습.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산일보DB 신생아의 모습.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결핵에 걸린 간호조무사로 인해 신생아 70여 명이 무더기로 잠복결핵에 감염됐던 사태(부산일보 2020년 11월 10일자 등 보도)와 관련해 산후조리원 운영자와 간호조무사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9부(부장판사 신형철)는 피해 신생아와 부모 등 565명이 부산의 한 산후조리원 운영자 A 씨와 간호조무사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잠복결핵에 감염된 신생아에게 각 400만 원과 이들 부모에게 각 50만 원을, 음성판정을 받은 신생아에게는 각 100만 원과 이들 부모에게 각 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0년 11월 부산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결핵에 걸린 간호조무사가 근무하면서 신생아 73명이 잇달아 잠복 결핵을 판정받았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별도의 증상이 없으며 전염력도 없는 경우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당시 간호조무사 B 씨는 기도 출혈 등 증상으로 2020년 10월 16일 검사를 받고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그는 결핵 확정 판정을 받은 2020년 11월 6일까지 신생아를 관리하는 업무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B 씨는 감염 확정 통보를 받고서야 비로소 상부의 지시에 따라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생아에 대한 감염 위험을 차단, 최소화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는 업무를 중단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 경우 신생아에게 결핵균이 전염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1심 법원은 모자보건법상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감염사고 등으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산후조리업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이들에게 무과실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생아들은 B 씨의 접촉으로 잠복결핵에 감염됐거나 감염되지 않더라도 원하지 않는 검사 등을 받게 됐다”며 “이로 인해 신생아와 부모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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