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죽은 사건 다시 살리나” 국힘 “비겁하게 숨지 말기를”
이재명 소환 통보 놓고 ‘격돌’
“당연한 절차” “정적 제거에 혈안”
김기현 “진실 이기는 권력 없다”
박홍근 “당 차원 대책 논의할 것”
민주, 당내 갈등 깊어질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로 여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여당은 “당연한 절차”라며 공세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당 차원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확전’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2일 ‘성남FC 사건’ 관련,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에 대해 “비겁하게 숨지 않을 걸로 믿고 싶다”며 압박에 나섰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가 거대 의석의 방패막이 뒤에 잠시 몸을 숨겨볼 순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상 필요시 피의자에게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야당 탄압을 주장하기엔 이 대표를 향한 각종 의혹을 밝혀줄 정황 증거들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며 “불법적인 행정도 서슴지 않았던 결과가 부메랑이 돼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의 피의자 소환은 사필귀정으로 될 것이다. 진실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야당 대표이고 일국의 대선 후보였는데 비겁하게 숨지 않을 걸로 믿고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소환 통보가 정부와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은 경찰이 3년 넘게 수사하고 지난해에 불송치로 결론을 냈던 사건”이라며 “검찰이 경찰의 팔을 비틀어 ‘죽은 사건’을 다시 살려냈다”고 비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1야당 대표를 이렇게 소환 통보하는 것은 이 정권이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 소환 통보에 이 대표 본인도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지만 당도 당 차원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설 경우 당내 갈등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사법리스크’의 대응과 관련, 이 대표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련 사안은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당은 대응하지 않는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아무도 (사실 관계를) 모르는데 어떻게 팩트에 대해 (당이) 대응하느냐”면서 “대변인이나 최고위원이나 이런 분들이 검찰이 흘리는 것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다 하는 건 안 맞다”고 말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로 여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현재 진행되는 예산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는 수차례 ‘시한’을 넘긴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막판 조율을 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이유로 예산 협상을 거부할 경우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두 사안을 ‘분리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