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출산장려금 확대로 출생 해결되나… “돈보단 인프라 구축 먼저”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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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담 가중 가능성 우려
지원금 ‘먹튀’ 논란도 제기

부산북구청 건물 전경 부산북구청 건물 전경

부산 북구가 출산 장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셋째 아이부터 출산지원금을 대폭 상향했지만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금성 지원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는 지적이 거세다.

부산 북구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태어나는 셋째 이후 자녀 출산 가정에 전국 구·군 가운데 최고 금액인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고 22일 밝혔다. 북구청의 내년도 출산장려금 예산은 총 6억 원으로 이중 셋째 이후 자녀 출산지원금으로 5억 4000만 원이 편성됐고 추가 예산 편성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구는 경제적 부담이 큰 다자녀 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여 주고, 출산장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셋째 이후 자녀 출산장려금의 대폭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북구가 과도하게 출산장려금을 상향시킨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북구의 재정자립도는 부산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낮다. 북구청에 따르면 2023년 일반회계 예산은 6117억 원 5900만 원으로 이중 약 72%가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복지비용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정명희 전 북구청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재정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기초연금 부담을 낮춰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을 정도로 북구는 꾸준히 사회복지 비용 부담이 높았다.

과도한 현금성 지원이 지자체 간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산육아지원 사각지대 해소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따르면 “출산지원금은 지자체 재원으로 자율적으로 지원되고 있지만, 지자체간 ‘인구증가 정책’의 일환으로 경쟁적 증액이 이루어지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에 전입해 지원금만 받고 전출하는 이른바 ‘먹튀’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전남 해남군의 경우 2012년부터 첫째 아이에 총 3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출산장려금을 전부 받고 다른 시·군·구로 전출하는 주민이 생겼다. 출산장려금을 높인 북구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북구 주민은 “출산장려금 다 받고 인근 양산이나 타 지역으로 이사갈 수도 있는데 너무 대책없이 정책을 만든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회성 현금 지원보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실제로 강서구는 출산장려금이 둘째 자녀는 50만 원, 이후에는 120만 원을 지급하는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로 부산에서 가장 높다. 명지국제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양질의 주거·교육 환경 조성돼 인구 유입과 출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산장려금과 출산율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손지현 교수는 “다자녀 출산장려금은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비판도 많이 받은 정책이었다”며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기 어렵다는 의미인데 소규모 공동체 모임이나 주거 지원 등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구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갑자기 만든 정책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오래 고민한 끝에 발표한 정책”이라며 “공동육아나눔터나 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등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꾸준히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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