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부부 돕자” 부산시도,시민도 온정 손길
생활고로 물품 훔친 사연 보도
시,생필품·라면 등 긴급 지원
부산일보에 시민 문의 잇따라
속보=생활고에 무인 점포에서 라면과 생수 등을 훔친 정신장애 부부의 사연(부산일보 12월 22일 자 2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온정의 손길과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지만 도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이웃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일보〉 보도로 정신장애 부부의 사연을 접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오후 이선아 부산시 복지국장을 보내 부부에게 생필품, 전기요, 이불, 라면 등을 긴급 지원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국장은 이들 부부와 상담을 진행했고, 이후 거주하는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을 살폈다. 부산시는 두 사람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고 판단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산복지재단 등 후원자를 통해 영구임대 아파트 보증금을 마련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새 거처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돌봄관리사를 보내 식사와 청소 등 집중적인 사례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부산진구청 등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지관 등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해 해당 부부에게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사연이 보도되고 난 뒤 부부를 돕고 싶다고 나서는 일반 시민도 많았다. 사연의 소식을 전한 〈부산일보〉엔 22일 오전부터 성금 지원 등에 대한 다수 독자의 문의가 이어졌으며, 부산진구청 등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들 부분의 사연은 네티즌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관련 기사에는 “기사 보다 눈물 훔치기도 오랜만이다”, “누가 감히 이들에게 돌을 던지겠냐”, “체포하러 갔다가 위로해주고 온 경찰들과 같은 마음이다” 등의 댓글 수백개가 쌓였다.
이와 함께 이들 부부에 대한 관심을 복지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이웃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는 “현장을 다니다 보면 차마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에 놓인 분들을 자주 마주친다”며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가 마련되어도 극빈층이나 벼랑 끝에 몰린 이웃은 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이들 부부의 극단적인 상황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어딘가 분명 또다른 도움이 필요한 이웃도 있을 것”이라며 “겨울철 혼자 사는 어르신,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더욱더 촘촘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