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여협상제’ 환수액… 부산시, 대폭 축소 추진
건설·부동산 경기 위축 감안
100%에서 50~70%로 조정
시민단체, 공공성 악화 우려
부산시가 침체된 지역 부동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공공기여협상제’로 환수하는 공공 기여량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22일 부산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는 공공기여협상제로 유휴 부지를 개발할 때 현재 토지 시세 차익의 100%로 적용되는 공공 기여량이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이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공공 기여량을 현재 100%에서 50~7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공공기여협상제란 민간사업자에게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주는 대신 변경 전후 토지 가치 상승분의 차익을 공공 기여량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원래는 ‘사전협상제’란 이름으로 진행이 되었지만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올 3월 명칭을 공공기여협상제로 바꾸고 공공 기여량도 50%에서 100%로 확대했다.
시가 공공 기여량을 환원하려는 이유는 악화된 건설·부동산 경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업체들의 건설 수주 실적은 10월 5107억 원이어서 전년 동월보다 17.6% 감소했다. 미분양주택은 10월 2514호여서 전월보다 27.42% 증가했다. 주택매매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0.85%를 기록해 하락 폭을 키워 가고 있다. 시는 건설 경기 악화가 지역업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건설경기를 살리는 방안으로 공공 기여량을 줄이는 카드를 만지는 셈이다.
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내년에도 건설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데 건설업계가 경착륙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공공 기여량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며 “현재 국토부에서도 70% 이하로 공공 기여량을 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대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공공 기여량 100%여서 개발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국 대도시 중에서 공공 기여량을 100%로 하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서울, 대전, 대구, 인천 등은 50% 수준으로 공공 기여량을 정하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 기여량을 100%로 하라면 누가 부산에서 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토지 가치 상승분 차익의 100%를 공공 기여량으로 환수한 다음에도 시와 개발 방향을 협의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 규제고, 현재 비율은 너무 과도하다며 비율 인하를 수차례 요구했다.
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라 공공 기여 부분이 크면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며 “다른 시·도의 상황과 부산시의 정책 방향 등을 고려해 적정 비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는 해운대구 옛 한진CY, 기장군 옛 한국유리 부지 등에 대한 협상을 마친 상태다. 앞으로 남구 부산외대 부지, 사하구 옛 한진중공업 부지 등의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공공 기여량이 줄어든 형태로 협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는 공공 기여량 축소로 사업자 이익은 늘어나지만 공공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공성을 이유로 100%로 올린 뒤 9개월 만에 다시 줄이는 것에 비판 목소리도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