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성여고 인근 레이카운티 공사 멈춰야… 기본 ‘영향 조사’도 안 해” (종합)
부산지법 공사중지가처분 인용
“적절치 않은 공법으로 공사 진행
학교 균열·침하·누수 위험 지속”
건설사 “작업 적법, 항소할 것”
부산 거제2구역 재개발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 공사로 인해 계성여자고등학교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법원이 판단해 공사 중지를 결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박민수)는 계성여고 법인 훈성학원이 거제 2구역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학교 토지와 건물에 인접한 X, Y, B구간 표시 토지상에서 천공, 굴착, 흙막이 가시설 설치, 어스앵커 설치·제거 등 일체의 공사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집행관 공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집행관 공시를 명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낸 이후 한국지반공학회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현장검증을 벌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심 법원은 시공사가 학교 건물 바로 아래 흙막이 가시설을 하면서 사전에 학교 건물 기초현황과 주변 배수 관계 등 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본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가시설 시공도 적절치 않은 공법으로 이뤄졌고 보수 이후에도 학교 건물 균열과 침하, 누수가 계속되고 있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일대 공사는 흙막이 가시설 공사 때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가시설 바로 위에는 학교 본관 건물, 체육관, 운동장이 위치해 있다.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흙막이 공사로 인해 다음 해 5월부터 학교 본관 건물의 복도·교실 기둥, 벽체 및 바닥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했고 기울기 변화가 일어나 학생들은 모두 별관으로 이동수업을 하는 피해를 겪었다.
지금도 건물의 일반교실 4개, 실습실 2개, 관리실 4개 등 총 10개의 교실은 사용이 금지돼 정상적인 수업과 실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도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레이카운티 재개발은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 건설사 3곳이 공동 시공단을 맡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늦어질 경우 전체 준공 지연 가능성도 있다.
건설사 측은 "현재 흙막이 관련 시설이 주요 쟁점인데 관련 작업은 시공관리기준 안에서 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하며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공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도 예상된다. 또 균열이 발생한 뒤 유지 보수 비용으로 건설사 측에서 30억 원 이상 투입해 이 비용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기간이 길어질 경우 전체 준공 지연 가능성도 있다.
당장 2심까지는 빨라야 내년 4~6월께 결정이 난다. 그 사이 학교 측과 협의해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작업이 어려운 5단지를 제외하고 부분 준공이 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레이카운티의 입주예정일은 내년 11월이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802번지(거제2구역 재개발) 일대에 들어서는 레이카운티는 지하 3층∼지상 35층, 34개 동, 전용면적 39∼114㎡, 총 4470여 가구로 재개발 중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