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등록금 13년 동결에 대학 '고사위기'…동아대 '전국 최초' 인상 움직임 주목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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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시 적자 100억 위기감에
내년 3~4% 인상 검토 TF 구성


동아대가 13년만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진은 동아대 승학캠퍼스 전경. 부산일보 DB 동아대가 13년만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진은 동아대 승학캠퍼스 전경. 부산일보 DB

동아대가 13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동아대가 내년 등록금을 인상하면 2010년대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등록금을 올린 대학이 된다. 지역 대학의 재정 위기 속에 ‘동아대발’ 등록금 인상이 전국 대학 등록금 연쇄 인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대는 “등록금 인상을 전제로 내부 TF를 구성해 관련 검토를 진행 중이다”고 25일 밝혔다. 동아대는 최소 3%에서 최대 4%까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고등교육법 규정에 따라 2020년 물가 상승률 0.5%, 지난해 2.5%, 올해 전망치 4.7%의 평균인 2.55%의 1.5배 3.825%까지 등록금 인상은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올해 인문계열 기준 학부생 등록금이 약 575만 원인데, 최소 3% 인상이 될 경우 1인당 연간 17만 원 가량의 학비 부담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학과 평균 677만 원을 기준으로는 최대 3.8% 인상이 될 경우 동아대 평균 등록금은 700만 원을 넘게 된다.

동아대가 2010년 이후 전국적으로 지속된 ‘등록금 동결 기조’ 균열의 선두에 선 데는 지역 대학의 재정 한계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위기 의식이 담겨 있다. 동아대에 따르면 동아대 등록금 수입의 80%가량이 직원 인건비로 쓰이고 교내장학금이 15%로 지출되고 있다. 별도의 시설물 유지관리 예산 등의 여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동아대는 올 10월부터 부총장을 팀장으로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는 대학재정안정화 TF팀을 구성해 4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TF 회의에서는 등록금이 내년 동결될 경우 향후 1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동아대 등록금 수준은 전국 148개 사립대학 중 108위 정도에 해당한다. 148개 대학 평균이 718만 원인데 동아대는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울경 지역 사립대학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32개 대학 중 24위다. 동아대는 2009년 처음 등록금을 동결했고 이후 2012년 3.2% 인하, 2013년 0.12% 인하했다. 이후 2014년부터 올해까지 등록금을 동결했다.

동아대가 등록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문을 넘어야 한다. 등록금은 다음달 열릴 학생, 교직원이 참석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는데, 위원회에서 학생 반발이나 구성원 반발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1.2% 인상을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10일만에 인상안을 철회했다.

정부 규제도 난관이다. 지난 21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나 학부모·학생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등록금 인상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사실상의 정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한 국가장학금 2유형(대학연계지원형)의 경우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학생들이 법적으로 지원 대상이 된다. 인상을 할 경우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이 줄어드는데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장학금 손해도 짊어져야 한다. 지난해 전국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4개 학교 중 188개 학교가 등록금을 동결하고 6곳이 인하했다.

동아대가 ‘등록금 인상 총대’를 매면서, 지역 대학이 등록금 인상 대열에 연쇄적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부산 11개 사립대학 중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는 곳은 없지만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지역 대학 총장 비공식 모임 등에서는 동아대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한 사립대학 총장은 “지역에는 동아대보다 열악한 재정 환경에도 정부의 장학금 페널티 문제나 교육부 눈 밖에 날 우려 등을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대학도 많다”며 “동아대의 등록금 심의위원회 과정이나 교육부의 반응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대 이해우 총장은 “등록금 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최종 내년 등록금을 확정하겠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시설 개선이나 연구 인프라 개선은 쉽지 않다”며 “등록금이 인상되면 대학 경쟁력을 올리고 학내 구성원들이 다니기 좋은 학교 환경으로 돌려줄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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