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 전 대통령 면담 추진 ‘사법 리스크’ 돌파 안간힘
새해 초 양산 사저 방문 계획
문심 끌어안기 본격 행보 나서
민주연구원 원장도 친문 내정
당내 화합 ‘운명 공동체’ 강조
검찰 소환 통보를 이틀 앞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새해 초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환 통보 등 현실화하는 ‘사법 리스크’ 속 문 전 대통령과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며 당내 화합 분위기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대상으로 한 ‘민생 경청투어’ 일정 중 경남 양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다. 인근 봉하마을도 들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도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대표는 올해 8월 말 최고위원들과 함께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환담했다.
이 대표 측은 문 전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를 옥죄는 사법 리스크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 면담으로 당내 결속 기류를 만들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이 서해 피격사건과 월성 원전 등 전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데, 이는 전방위적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문 전 대통령 면담은 야당 결속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심’(文心) 끌어안기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친문(친문재인)계 정태호 의원을 내정한 것도 이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도 몸담은 정책통으로, 친노·친문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했다.
이날 이 대표는 성탄절을 맞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듬고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할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야 할 연말연시이지만 많은 국민이 민생 경제 한파로 다가올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비롯해 힘겨운 상황에 놓인 이웃들도 계신다”며 이 같이 적었다. 이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던져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되짚어본다”며 “지금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다면 위기의 폭풍을 맨몸으로 견뎌야 할 분들부터 찾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이 클수록 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기 마련”이라며 “비록 우리 사회가 많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함께 손을 맞잡으면 한 발 한 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서 박촌동 성당, 인천제일교회를 차례로 찾아 성탄 미사와 예배에 참석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오는 28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를 겨냥, ‘도피투어’ 말고 소환에 당당히 임하라고 압박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생을 경청한다면서 연일 쏟아지는 자신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한다”며 “‘민생투어’라고 하지만 ‘도피투어’로 들리는 이유”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 대표가 새해 영남 방문을 예고한 것을 언급하며 “조여오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문심’에 기대고 싶은 심정으로 보인다”며 “동아줄이라고 믿는 그 줄도 사실은 수명이 다한 헤진 줄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