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논란 ‘초량살림숲’ 이전 예정지서도 반발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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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대에 현대미술관행 난항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전통시장 입구에 살림살이를 쌓아 만든 '초량 살림숲'이 설치돼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전통시장 입구에 살림살이를 쌓아 만든 '초량 살림숲'이 설치돼 있다. 부산일보DB

‘흉물 논란’을 빚었던 부산 동구 초량천 공공조형물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해당 작품을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옮기기로 했으나 사하구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이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지난 9월 30일 초량천에 설치된 공공조형물 ‘초량살림숲’을 사하구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이전하기로 미술관 측과 협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동구청이 추진한 초량천 예술정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초량살림숲은 시민이 기증한 살림살이 도구와 폐자재 3000여 개를 쌓아 올린 6m짜리 거대 조형물로 설치 미술가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흉물 논란이 일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동구청은 초량천시민위원회를 조직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각계각층의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여론조사 결과 초량살림숲 이전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72.6%로 집계되면서 이전을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청은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 최 작가, 부산현대미술관 측과 협의를 진행했고 이전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작품 철거비 1억 2000만 원을 구비로 편성하고, 조형물 심의 규정에 따라 미술관 부지 소유자인 부산시에 지난 10월 10일 작품 이전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하구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이전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작품 이전을 확정하려면 심의 절차 과정에서 이전 대상 부지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단계가 있는데 사하구 주민들이 작품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하구청장실과 사하구의회에 민원 전화가 빗발쳤으며, 작품 이전에 반대하는 농성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사하구청은 “특정 단체가 주도적으로 반대 민원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지역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산시 심의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작품 이전 계획도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동구청의 부지 활용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동구청은 초량살림숲을 이전하고 난 뒤 빈 자리를 주민들 쉼터를 비롯한 버스킹 공연장, 플리마켓 장터 등 주민과 관광객들이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이에 부산시는 해당 문제는 구끼리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시가 중재에 나서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동구청에서 이전 신청을 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든 다른 곳으로 이전하든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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