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노린 범죄, 파리 한복판서 방화·과격시위 촉발
백인 남성 총격, 남녀 3명 사망
희생자 추모 시위가 폭력 변질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쿠르드족을 겨냥해 벌어진 총격 살해사건으로 촉발된 폭력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BBC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레퓌블리크 광장을 중심으로 쿠르드족 수백 명이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당국을 향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레퓌블리크 광장은 전날 총격이 발생한 파리 10구의 아흐메트-카야 쿠르드족 문화센터와 가깝다.
시위대는 애초에 경찰의 허가를 받고 행진을 시작했으나 이내 도로에 세워진 차를 전복시키거나 불을 붙이는가 하면, 주변 물건을 주워들어 경찰에 팔매질을 하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경찰이 최루가스 발사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며 충돌이 빚어졌고, 집회가 취소된 이후에도 일부 시위대는 바스티유 광장 등지에 한동안 남아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시위로 경찰관 31명과 시위대 1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1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전날 정오께 69세의 백인 남성이 아흐메트-카야 문화센터와 주변 식당, 미용실 등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남성 2명과 여성 1명 등 3명이 숨졌다. 총상으로 다친 다른 3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태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윌리암 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권총과 함께 약 25개의 탄피가 담긴 상자, 장전된 상태의 탄창 2∼3개 등도 확보했다.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쿠르드족을 목표로 공격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프랑스 앵포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내가 몇 명을 죽였느냐”고 경찰에 반문하기도 했다. 프랑스 검찰은 그를 고의적인 살인과 폭력 혐의로 수사 중이며, 이번 범행의 동기가 인종차별일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용의자는 의사 소견에 따라 경찰 정신과 병동에 옮겨졌으며, 상태에 따라 법원에 출석하게 될 예정이라고 AFP·dpa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철도공사(SNCF) 기관사로 일하다 은퇴한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이주민 텐트촌에서 흉기를 휘둘러 최소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