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국비 '절반의 성공', 교차하는 희망과 과제
녹조 해결 위한 취수탑 설치 등 미반영
부산시·정치권 핵심 사업 불씨 되살려야
내년도 예산안이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보다 3000억 원가량 줄어든 638조 7276억 원 규모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한때 준예산 편성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한발씩 양보해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부산으로서는 극심한 여야 대치 상황에서 지역의 예산 확보 논리를 조율하거나 관철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자조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시가 내년부터 진행할 것으로 발표했던 일부 사업이 예산 미반영으로 동력을 잃고, 장밋빛 전망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는 물’ 확보라는 국민 기본권 차원에서 경남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를 부산과 경남에 공급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지역 주민 반발 해결을 전제로 19억 2000만 원의 예산이 신규로 반영됐다. 2028년 이후에 실행할 수 있는 장기 사업이지만, 안전한 취수원 확보에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하지만, 심각한 조류 독성 물질 유입을 막기 위한 ‘취수탑 설치’ 사업은 국비 확보 실패로 추진 전망마저 어두워졌다. 이로 인해 부산 시민 모두는 공업용수인 4등급 이하의 낙동강 원수를 정수해서 마시는 올해 여름과 같은 사태를 반복하는 상황에 처했다.
교통 관련 국비도 명암이 엇갈렸다. 부산 남구 일대를 달릴 ‘저상트램(오륙도선)’ 사업은 국비 확보에 성공해 부산에서 트램을 만날 수 있는 꿈이 이어지게 됐다. ‘하단~녹산선’ ‘만덕~센텀 혼잡도로’ ‘ 황령3터널’ 사업도 순항할 전망이다. 하지만, 부울경 통합을 위한 핵심 교통 인프라로 최우선 순위였던 ‘부전~마산 복선전철의 전동열차 추가 도입’ 사업은 국비 확보에 실패해 긴 배차 간격으로 이용자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낙동강 횡단교량을 서부산권 에코델타시티로 연결해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던 ‘엄궁대교’, ‘대저대교’ 사업도 국비 증액이 어려워지면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번 국비 확보 과정에서 드러난 몇몇 문제점은 꼭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여야 대치 국면이 심화되면서 예산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상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황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을 떠나 부산 전체 발전을 위한 협력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계수조정위원회에 지역의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관련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지역 정치력의 부재, 부산시 행정력의 무능은 없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물론 국민 기본권과 지역 발전의 의지를 무시한 중앙부처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역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부산시와 정치권은 핵심 사업의 불씨를 어떻게 살릴지 과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