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기후위기 시대, 부산의 겨울 축제
현상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수온 변화로 동해안 어종 달라져
영덕 대게 축제 등 위기 봉착 우려
축제도 기후변화 고려할 수밖에
부산 대표 해양축제로 통합 필요
부산에는 부산불꽃축제, 부산항 축제, 부산바다축제, 해맞이 부산 축제, 부산원도심골목길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가 있다. 마침 지난주에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더불어 해운대 북극곰 축제가 열렸다. 1997년에 조직된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가 부산에서 거행되는 모든 축제를 주관한다. 부산의 축제는 대개 해양문화 관광도시를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다. 축제는 지역사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는 부산이 세계 속의 도시로 나아가는 데 일조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매년 11월~12월에 방어축제가 열린다. 2001년부터 시작된 방어축제는 겨울철 백미로 여겨지는 대방어를 소재로 활용하는 해양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주제는 ‘청정 바다의 흥과 멋과 맛의 향연’이다. 선명한 주제로 인해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표적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어축제는 당연히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방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 맞추어 열릴 뿐만 아니라 낚시 체험과 같은 부대 행사와 병행하니 관광객이 몰려든다. 방어는 1990년대 말부터 어획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방어축제는 제주의 대표적인 해양문화 축제가 된 것이다.
수온 변화의 영향으로 올해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힌 어종으로 방어가 꼽힌다. 기후변화로 동해안의 어종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머지않아 동해안에서는 대게나 오징어를 제치고 방어가 대표 어종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표적 겨울 먹거리 축제인 영덕 대게 축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축제 역시 환경 변화를 비켜 갈 수 없다. 한편 겨울 먹거리 축제인 거제도의 대구축제는 환경 변화에 적응한 축제다. 대구는 기후변화, 무분별한 남획과 관리 소홀 등으로 한동안 거제도에서 많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민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인공수정을 통한 치어 산란 등으로 성어가 된 대구가 거제도로 돌아오며 새로운 축제가 탄생한 것이다.
울산 태화강으로 회유해서 돌아오는 연어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높아진 수온의 영향으로 2014년 대비 10분의 1 정도만이 돌아온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동해안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과 같은 수온 상승의 영향이다. 이상기후 시대에는 어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삶의 양식도, 먹거리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특산품이 새로운 품종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결국 축제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삿포로는 매년 2월 첫째 주에 열리는 눈축제로 유명하다. 눈축제는 1950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73회째가 되었다. 필자가 우연히 경험한 삿포로 눈축제는 큰 감명을 주었다. 세계 각지에서 출품한 눈과 얼음으로 만든 거대 조각상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킹크랩과 같은 풍부한 겨울 먹거리와 다채로운 눈축제로 인해 추위까지 잊을 수 있었다. 삿포로는 1972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눈으로 유명한 겨울 도시로 세계인의 눈도장을 받았다. 눈축제는 눈이라는 삿포로의 소재와 먹거리를 잘 활용한 축제다.
세계에서 유명한 축제 중에 브라질의 삼바(samba)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축제는 1930년대에 거리 축제로 시작되어 오랜 세월 동안 진화했다. 이제는 수만 명의 외국인이 참여하는 가히 세계적 축제가 되었다. 보령 머드(mud) 축제는 지역의 특징을 잘 살려 낸 축제다. 바닷가 체험이나 영상체험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진흙을 소재로 한 산업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머드축제는 초대 가수 공연을 비롯한 불꽃놀이, 야시장까지 병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축제 중 외국인 참여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7일 부산 불꽃축제나 지난 주말 부산 북극곰 축제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는데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해양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북극곰 축제는 여러 부대 행사를 통해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높은 파도 탓에 축제의 핵심인 북극곰 수영은 할 수 없었다. 축제는 환경을 거스르고는 안 되는 것이다. 다다익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많은 축제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북극곰 축제와 불꽃축제를 병행하거나 먹거리 행사를 추가하는 등 축제를 환경에 맞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산을 대표하는 똘똘한 해양문화 축제 하나로 재탄생되면 좋겠다. 모두가 참여해서 즐기려고 기다리는 겨울 축제 말이다. 요즘 같은 이상기후엔 북극곰도 수영하기보다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