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강서 특수학교 중금속 다량 검출… 학생 건강 ‘비상’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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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신축공사 중 오염토 발견
유해 물질 납 6배 기준치 초과
아연 17배·구리 24배나 넘어
교문 이용 금지 등 출입 통제
교육청, 정밀 조사 후 대응 논의

부산 강서구 A학교 다목적 강당 신축공사 부지에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강서구청이 정밀조사 명령을 내렸다. A학교 다목적 강당 공사 예정지 모습.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강서구 A학교 다목적 강당 신축공사 부지에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강서구청이 정밀조사 명령을 내렸다. A학교 다목적 강당 공사 예정지 모습.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 강서구 한 특수학교의 다목적 강당 신축공사 현장에서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이 확인돼 당국이 정밀조사 명령을 내렸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부지에서 오염토가 확인된 사례가 없다며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부산 강서구청은 지난 13일 강서구 A학교에 오염 토양 정밀조사 명령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A학교 측은 전문 조사업체를 통해 토양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오염된 흙이 발견된 곳은 A학교가 운동장처럼 사용하던 야외 잔디밭 약 570㎡이다. 학교 측은 이곳에서 올 10월부터 다목적 강당 신축공사를 벌였다. 공사가 시작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검은 흙이 발견됐고, 환경단체가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땅은 토양환경보전법상 기준치를 최대 24배 넘어설 정도로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라대 토양분석센터가 오염된 흙 일부를 검사한 결과 카드뮴 17.41mg/kg, 구리 1만 1221.4mg/kg, 납 4107.2mg/kg, 니켈 114.5mg/kg, 아연 1만 5757.6mg/kg 등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1620mg/kg으로 분석됐다.

납, 구리, 아연 등의 중금속은 기준치를 각각 6배, 24배, 17배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해 중금속인 납은 흡수성이 강해 중독될 경우 두통, 시력 감퇴, 구강염, 빈혈 등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구리는 인체에 축적되지 않아 만성중독 위험은 낮으나 과잉 섭취하면 헛구역질, 복통, 간장·신장 장애 등을 유발한다. 아연도 일정 수준 이상을 섭취하면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토양환경보전법의 토양오염 대책기준 중 학교 용지에 적용되는 1지역 오염 기준을 확인해 보면, 카드뮴 12mg/kg, 구리 450mg/kg, 납 600mg/kg, 니켈 300mg/kg, 아연 900mg/kg 이상으로 확인될 경우 사람의 건강, 동식물의 생육 등에 지장을 줘 대책이 필요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A학교 측은 학생들이 오염토에 접근하지 않도록 인근 교문 이용을 중지하고, 출입을 통제하면서 분석업체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는 신체를 이용하는 체육 활동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원래 잔디밭이던 공간에 다목적 강당을 설립하려 했다”며 “설립된 지 수십 년 된 학교라 설립 이전 땅의 상태가 어땠는지 현재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밀조사 단계 중에서도 개황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주변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하루빨리 토양을 정화해 다시 아이들에게 공간을 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수십 년 전 모래톱이던 강서구를 도시로 개발하며 땅 매립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유입된 흙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토양 오염이 확인되기도 했으나, A학교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지와는 8km 가량 떨어져 있어 연관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과거 모래톱이었던 지역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반입된 토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염 원인자를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확한 오염 범위와 오염 정도를 확인하면서 학교 공간을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측은 앞서 학교에서 오염토가 나온 사례가 없어 학생들의 건강 영향 등을 조사할 매뉴얼이 없다면서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학생 건강검진을 통해 피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부지에서 토양 오염이 발견돼 학생들에게 따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던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이상이 있다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양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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