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인식 81%’… 전 세계서 반중 정서 가장 심한 한국인, 이유도 달랐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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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디플로맷’ 56개국 설문 인용
한국인은 미세먼지 책임에 주목
다른 나라는 중국 군사력에 우려

올 2월 11일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보수단체가 반중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2월 11일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보수단체가 반중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지만, 한국인의 중국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이다.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이 한국인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원인과 이 같은 현상이 대중국 외교에 끼칠 영향을 분석해 관심을 끌고있다.

디플로맷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시노폰 보더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세계관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조사에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온라인을 통해 56개국에서 8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여론조사 결과, 중국의 전반적인 인식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국인의 81%가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은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고, 37%만 비호감적 견해를 보였다는 내용과 상반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은 56개국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가장 높았다. 중국에 대해 두 번째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던 스위스(72%)보다 10%포인트(P)가량 높았고, 3위 일본(69%)보다도 12%P 높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를 상대로 한 중국 관련 여론조사. 부정적인 응답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이다. 디플로맷 캡처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를 상대로 한 중국 관련 여론조사. 부정적인 응답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이다. 디플로맷 캡처

사람, 즉 중국인(중화인민공화국 출신)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과 차이점을 보였다.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구분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는 중국인에 대해서도 중국 못지 않게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으로 응답(77%)했다. 사실상 한국인은 중국에 대해 사람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한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가는 중국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중국의 군사력이다. 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중국의 군사적인 영향을 받는 한국인은 중국이 지구의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플로맷은 한국인의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 깔린 맥락에 주목했다. 바로 ‘중국발 미세먼지’ 논쟁이다.

2018년 3월 한국 정부가 국경을 넘는 대기 오염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약 27만 명이 온라인으로 서명했다. 2019년 중국이 한국의 대기오염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자 한국의 보수단체가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독특한 부정적 시각은 미세먼지 책임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을 다룬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의 보도. 디플로맷 캡처 지난 24일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을 다룬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의 보도. 디플로맷 캡처

중국에 대한 한국 여론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은 중국 기술에 대한 인식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중국 기술은 중국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중국 기술은 다른 어느 곳보다 부정적이었다.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한 평가,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촉발된 한복 문제, 역사 왜곡 문제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끌어올렸다. 이밖에 한국에서 중국과 연관된 부정적인 요소는 ‘불결함’ ‘위조품’ ‘이기심’ 등이 있었다.

사회적인 접촉이 특정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개선한다는 일반적인 예상은 이번 조사에도 확인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인(중화인민공화국 출신)과 자주 교류한 한국 응답자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응답자는 교류가 적고 중국에 가 본 적이 없는 한국인보다 중국에 대해 더 긍정적인 경향이 있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의 경제적 복지와 국내 경제 상황에 만족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더 긍정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디플로맷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일수록 중국의 위협을 더 많이 느끼고(아마도 경쟁 때문에), 높은 사람일수록 중국을 기회로(경제적 측면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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