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진실화해위 조사원 축소… 과거사 진상 규명도 ‘축소’ 우려
도 파견공무원 4명서 2명 줄어
경남 1168건… 광역지자체 최다
업무량 과다에 조사 차질 예상
“전국에서 경남지역 과거사 진실규명 사안이 가장 많은데,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줄어 진실규명에 애로가 예상됩니다.”
보도연맹 학살사건 등 비극적 과거사를 규명하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경남도청 파견 공무원이 내년부터 절반으로 줄면서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경남에는 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해 마산·진주형무소 사건, 해안지역 수장 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으로 살해된 희생자가 많은 상황에서 억울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를 경남도 파견공무원이 상당 부분 담당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남도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4명에서 내년부터 2명으로 절반 줄면서 진실화해위가 조사인력 부족 등으로 진실규명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27일 경남도에 따르면 민선 8기 들어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비 예산확보 등을 이유로 중앙부처 파견 공무원 수를 조정하는 과정에 진실화해위 파견 공무원 4명을 내년부터 2명으로 줄였다. 도는 행정안전부와 진실화해위 등 중앙부처 파견공무원 33명 가운데 4명을 줄여 내년에는 29명으로 확정했다. 줄어든 부처는 진실화해위 2명, 국무조정실·고용노동부 1명 씩이다.
도는 민선 8기 경남도정 구호인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을 실현하기 위해 중앙부처 파견 공무원을 국비 등 예산확보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부서 중심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의 조정된 중앙부처 파견 공무원은 행정안전부 3명, 기획재정부·종소벤처기업부·해양수산부·진실화해위 각각 2명이다. 진실화해위에 파견된 광역지자체 공무원은 내년 기준으로 전남 3명, 경남·부산·전북·제주 각각 2명이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위는 과거사 진실규명 사건 가운데 경남은 18개 시·군에서 발생한 보도연맹 사건, 마산·진주·부산형무소 사건(2557건), 미군 폭격 사건(함안·의령지역 2건에 269명 희생), 해안지역(거제·통영·마산) 수장 사건 등 집단희생과 연관된 사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인데 조사요원으로 활동하는 파견공무원이 절반 줄어 진실규명에 난항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경남지역 진실규명 사건은 1168건으로 이 가운데 진주 158건, 산청 154건, 창원 120건 등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진실화해위는 최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진주·마산지역 민간인 7명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군·경에 예비 검속돼 집단 살해된 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족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추모사업 지원, 유해 발굴·안치 등 후속 사업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진주·창녕·거창에서 발생한 보도연맹 사건은 현재 진실화해위에서 ‘구술채록’ 사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진주시 명석면 야산에서 이뤄진 보도연맹 관련 집단학살 사건은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진실화해위에 파견된 경남도 공무원 1명이 창원지역 진실규명 사안 160건을 조사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파견 인력마저 줄어 조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경남도내 시·군에서 발생한 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해 해안지역 수장 사건 등 진실규명 사안이 타 시·도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조사요원이 절반이나 줄었다”면서 “조사요원 감소로 진실규명 조사진행 애로는 물론, 조사기간 연장 등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보도연맹은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기 위해 조직된 관변단체이나, 한국전쟁으로 1950년 6월부터 9월까지 수만 명 이상의 국민보도연맹원이 군과 경찰에 의해 살해된 학살사건이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