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7시간 사용… 스마트폰 노예인가요?
기상부터 잠들기 전까지 곁에 없으면 ‘불안’
현대인들 대부분 과의존 ‘잠재적 위험군’
일상 균형 심하게 무너지면 상담 필요
게임 과몰입도 일상 파괴 여부로 판단
부산 해운대 등 전국 18곳 상담·치료 센터
스마트폰은 현재 우리 일상의 일부분을 넘어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 기상 알람으로 잠에서 깬 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곁에 없으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스마트폰 사용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돼 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 3월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전국 17개 시·도 1만 세대 대상 면접 조사)에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과의존 고위험군은 유아·아동(만 3~9세) 28.4%, 청소년(만 10~19세) 37%, 성인(만 20~59세) 23.3%, 60대 17.5%로 파악됐다. 매년 진행되는 조사에서 연령별 과의존 고위험군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니,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부산 지역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 기관을 찾아 직접 상담을 받아 보고, 상담과 치료, 예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어 봤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 7시간… 혹시 과의존 위험군?”
부산 해운대구 부산정보산업진흥원 4층 부산스마트쉼센터. 센터에는 상담소장 1명을 비롯해 총 3명의 상담사가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과 치료, 예방 업무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초조하고,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또 밤늦게 웹 서핑을 하느라 잠이 부족하고 거북목과 일자목 증상이 있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보니 적을 땐 6시간 12분, 많을 땐 8시 20분으로 평균 7시간이었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정도를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심하다고 판단한 기자가 센터 김환구 상담사와 마주 앉았다. 김 상담사의 안내에 따라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과의존 진단’을 클릭하고 과의존 척도 검사(설문)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총 40점 중 27점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잠재적 위험군. ‘스마트폰 사용 조절력이 약화됐으며, 이용 시간이 증가해 대인 관계 갈등이나 일상의 역할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단계로 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단계’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어 면접이 진행됐다. 면접은 피상담자를 대상으로 먼저 진행하고, 가족 등 주변인 면접도 필요에 따라 진행한다. 먼저 기자의 일상적인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설명했다. 기상 알람, 시간 확인, 채팅방 메시지와 SNS 게시물 확인, 인터넷 검색, 입출금·결제 확인, 지도 검색, 내비게이션, 교통카드, 하루 운동량 확인, 주식 거래, 동영상·음악 감상, 인터넷 쇼핑, 택배 확인 등등… 하루 평균 7시간 사용.
김 상담사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피곤한 경우가 잦아 건강한 일상이 무너지는 경계에 있어 잠재적 위험군은 맞지만 당장 상담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다”며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오랜 시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설문과 면접을 해 보면 대부분 과의존 잠재적 위험군으로 진단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지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척도는 피상담자가 얼마나 스마트폰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는지, 또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의 균형이 얼마나 우려할 정도로 무너지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를 일상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진다고 할까. 스마트폰 사용으로 △가족 또는 주변 인간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보행 또는 운전 중 사고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 △업무 수행이나 학교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소통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인 기피증과 공감 능력 저하 △거북목 증후군, 시력 저하, 수면 장애와 피로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과 치료는 어떻게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치료 기관은 전국에 18곳이 있으며, 부산에는 부산스마트쉼센터가 그 역할을 한다. 센터는 과의존 상담을 온라인·전화·대면 등으로 진행하며 피상담자와 친밀감을 형성한 뒤 미술·놀이 등을 활용해 과의존을 해결해 나간다. 의존이 심하면 병원이나 관계 기관과 연계해 치료와 상담을 병행한다. 상담은 최소 10차례 이상 진행한다. 올해만 해도 지난 15일까지 1034명이 상담을 받았다.
김환구 상담사는 “게임에 심하게 의존하거나, 스마트폰만 계속하며 육아를 등한시하는 경우, 야한 동영상에 중독된 경우 등 다양한 상담 사례가 있다”며 “특정한 앱이나 콘텐츠,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 심층 상담을 통해 왜 의존이 생겼는지 과거로 돌아가 근본 원인을 함께 찾아보면 과의존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스마트쉼센터 김남순 소장은 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한 모든 상담과 치료의 목표는 스마트폰과 건강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주도적으로,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과의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디지털 디톡스’라고 한다. ‘디지털’에 해독을 뜻하는 ‘디톡스(detox)’가 결합된 말로 ‘디지털 거리 두기’ 또는 ‘디지털 단식’이라고도 한다. 디지털 기기에서 의도적으로 손을 놓거나 사용 시간을 줄이면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김 소장은 “스마트폰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위험 시간대에 몸에서 가장 멀리 강제로 떼어 놓는 방법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기상 알람은 스마트폰이 아닌 시계의 기능으로 대신하고, 자기 전 머리맡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 두거나, 자녀와 함께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들어 특정 시간에는 사용을 함께 하지 않는 것도 좋은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방학이 되면 더욱 심각해지는 ‘게임 과몰입’
겨울방학이 되면 게임 과몰입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진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더욱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 4월 발표한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 조사’ 결과 부산 지역 아동·청소년 약 39만 명 중 1만 5000여 명이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게임 과몰입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한 상담·치료·예방을 담당하는 기관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산하 부산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건물 4층에 있는 부산스마트쉼센터와 같은 사무실을 쓰며, 상담실도 공유한다. 센터에는 센터장 1명과 전문 상담사 3명 등 4명이 근무한다. 상담은 상담 신청서 작성→기본심리검사지 작성→임상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이후 상담사들이 모여 심리검사지와 임상 면접 결과를 분석하는 사례 회의를 열어 상담 또는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상담은 10차례 이상 진행되며, 통합 치료는 병원 치료와 미술, 음악, 놀이, 가족 상담 등 대안 치료를 병행한다. 치료 대상자에게는 1인당 100만 원(자부담의 70% 지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한다.
허정선 센터장은 “게임 과몰입, 스마트폰 과의존에서 ‘중독’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정신적인 질병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부작용을 막고 건강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게임도 스마트폰 앱, 콘텐츠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과의존의 일부라고 볼 수 있어 게임 과몰입과 스마트폰 과의존의 상담·치료 방식은 상당 부분 공유된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 여부에 대한 진단 역시 게임 시간이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라고 한다. 허 센터장은 “게임 시간도 중요한 척도지만, 학교, 업무 등 일상의 영역이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면 반드시 상담을 받아 봐야 한다”며 “어떤 스트레스, 결핍, 외부적 요인이 게임에 과몰입하도록 했는지 심리사회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피상담자 스스로가 과몰입인지 인식하도록 한 뒤 대안 활동을 유도하는 쪽으로 상담과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