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정치권, 올해 겨우 낙제점 면한 수준… 내년도 미지수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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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정권교체 불구 중책서 제외
국회 부의장 경선 등 결속력 부재
지역 현안 두고도 제 목소리 못 내
민주도 대선 실패 후 ‘무기력증’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부산시가 9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부산시가 9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2022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불과 5일 앞둔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올해 PK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내 요직에서는 소외됐으며 지역민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현안을 해결하려는 적극성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는 “사상 최악의 침체기”라고 평가하며, ‘3무(무기력·무능력·무관심) 정치권’이란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3월 대선 승리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위상이 격상됐지만 집권당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국힘 국회의원이나 원외 인사 가운데 정부와 대통령실 요직을 차지한 인물이 거의 없었다. 당내에서도 ‘투톱’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는 물론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에 PK 출신은 전무한 실정이다. PK 출신은 3선 이상 중진이면 누구나 순번제로 차지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결속력도 없었다. 서병수(부산) 의원과 하태경(부산) 의원이 각각 국회 부의장과 정보위원장 경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경선 준비를 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PK 정치권이 ‘모래알 집단’이란걸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기현(울산) 의원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부울경이 ‘핫바지’ 취급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에선 “PK 출신 정치인들 중에서 중책을 맡을 만한 사람들이 있으면 한번 추천해 보라”고 반문하는 실정이다.

일부 의원들이 개인 역량으로 드문드문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거론되는 장제원(부산)·박성민(울산)·서일준(경남) 의원 등이 물밑에서 당 내부 사안 조율이나 예산 확보 등에서 활약을 하며 성과를 냈다. 김기현(울산) 의원도 최근 차기 총선을 이끄는 역할이 주어질 당대표 선거에 나서며 PK 대표주자를 자임하고 있다. 김도읍(부산)·이헌승(부산) 의원 등 상임위원장을 맡은 의원들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가에선 “몇몇 의원들이 국민의힘 PK 정치권의 체면을 겨우 살렸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 PK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권 때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쳤던 민주당 PK 의원들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뒤 극도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은 중앙 정치보다는 차기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관리에 몰두하기도 했다.

PK 정치권은 지역 현안 해결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도 국비 확보의 최종 관문인 국회 예산결산위 계수조정소위에 현역이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이 단적인 사례다.

2023년에도 PK 정치권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관측이다. 당장 내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일부 PK 중진이 4월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할 뜻을 비치고 있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연내 출소 이후 재도약을 준비 중이지만 특유의 결속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야 PK 정치권이 내년 11월 최종 확정되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포함한 지역의 굵직한 현안에 확실한 역할을 못할 경우 부울경 전체가 ‘퇴출 대상’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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