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양어깨 높이, 똑같은지 유심히 보세요
청소년 척추측만증
골격 성장기 척추 틀어지기도 쉬워
80~85%가 원인 불분명한 ‘특발성’
등 돌출·어깨 불균형·짝가슴 증세
보조기는 꾸준히 착용해야 효과
50도 이상 진행 땐 수술 고려해야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는 질환이다. 정면이나 뒤에서 볼 때 척추가 일직선이 아니고 옆으로 구부러져 보인다. 상체를 숙이면 등이 튀어나오고, 어깨 높이가 비대칭적이며 한쪽으로 갈비뼈나 가슴이 돌출되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은 드문 병이 아니다.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도 척추측만증 환자다. 휘어진 각도가 40도 정도였지만 그는 육상 역사상 가장 위대한 단거리 선수로 여전히 남아 있다. LPGA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스테이시 루이스는 측만증으로 척추에 나사를 박은 채 ‘철녀’라는 별명으로 아직도 필드를 누비고 있다.
척추측만증은 휘어진 정도가 심해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휘어진 각도가 40도 이상이면 장애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에도 운동을 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 별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2002년 국내 최초 흉강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척추 치료 권위자 해운대부민병원 이종서 의무원장에게 ‘청소년 척추측만증’에 관해 물었다.
-실제로 청소년에게 척추측만증이 많이 발생하는지.
“척추측만증의 80~85%는 골격 성장이 진행되는 청소년기에 까닭 없이 우연히 생긴다. 이는 골격이 빠르게 성장할 때 척추가 비교적 쉽게 틀어지기 때문이다. 원인 불명의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주로 10세 이전 청소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남자 청소년보다 여자 청소년이 10배 이상 많고, 한 달에 평균 1도씩 진행된다. 척추측만증 발생 빈도는 전체 인구의 2~3% 정도다.”
-치료가 필요한 척추측만증은.
“진짜 척추측만증과 가짜 척추측만증의 구분부터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진짜 척추측만증은 구조적 측만증이라고도 부른다. 선천성, 신경 및 근육질환, 유전이나 호르몬 대사 변화, 환경 변화 등 발병 원인이 다양하다. 이 중 원인을 알 수 없고 통증이 거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80~85%를 차지하는데 발견이 어렵고 치료도 까다롭다. 반면, 심한 허리 디스크나 나쁜 자세로 인해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는 경우는 원인을 바로 잡으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부류가 기능성 척추측만증이라고 부르는 가짜 척추측만증이다.”
-척추측만증 진단 기준은.
“진짜 척추측만증은 가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등 돌출, 어깨 높이 불균형, 짝 가슴(비대칭 유방), 허리 라인 비대칭 등으로 구분한다.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검사법은 전방굴곡검사법이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은 다음, 무릎을 편 상태로 허리를 구부리게 한 후 허리의 이상 유무를 관찰한다. 만약 척추측만증이 있다면 몸통의 어느 한쪽이 높게 보인다. 사춘기 자녀들은 자신의 몸을 보여 주는 것을 싫어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목욕탕에 같이 갈 때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할 수 있나.
“전문의와 상담 후 MRI나 CT, 척추측만계를 이용한 몸통 회전각 측정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특발성 척추측만증을 진단한다. 척추 측만계 또는 경사 측정기를 사용해 몸통의 회전 각도를 측정한 결과 척추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5도 이상 비대칭이 확인되면 측만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가적인 방사선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거나 △등을 숙였을 때 양쪽 날갯죽지 뼈 중 어느 한쪽이 더 높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허리 곡선이 비대칭이거나 △골반이 평평하지 않고 기울어져 있거나 △가슴이 비대칭하거나 △여성의 경우는 양쪽 유방 크기가 달라 보이는 경우 등 다수에 해당하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 치료법은.
“청소년기의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자녀의 성별, 초기 휜 각도 및 유형, 성장 속도와 잠재력을 예측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척추측만증의 치료는 크게 정기적인 관찰, 보조기 착용, 수술 등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20도 이하의 척추측만증은 3~6개월 주기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관찰 기간 중 척추측만증 진행을 예방하고, 교정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 치료를 시행한다.”
-보조기 착용은 효과가 있나.
“척추측만증이 20~40도 정도이면서 골격 성장이 2년 이상 남아 있는 환자에게는 보조기 치료를 권장한다. 이때 보조기는 매일 23시간 이상 착용해야 하고, 샤워나 운동할 때 외에는 계속 착용해야 효과가 지속된다. 보조기 치료는 척추 만곡 진행을 예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시간 착용으로 인한 삶의 질 감소, 척추 움직임 제한, 외관상 문제, 통증, 정신적 피로감 호소 등 단점도 있다. 또 적절한 운동 치료는 경증 척추측만증(25도 미만)에서 변형 악화를 예방하고 중등도 척추측만증(25~45도)에서 보조기 착용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청소년기에 척추측만증은 수술을 해야 하나.
“외관상 기형이 심하고 휜 정도가 40~50도 이상이 되는 경우 휘어진 척추가 폐를 눌러 폐활량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척추 모양을 바로잡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예방법은.
“안타깝게도 특발성 척추측만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취학기 아동이라면 학교 검진 중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조기에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척추측만증 악화를 막는 길이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평상시 자녀의 등을 자주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기존의 척추를 꼿꼿이 펴는 데 집중했던 이전 치료법과 달리 최근엔 요추 고정을 최소화하고, 수술 상처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돼 수술적 치료를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