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동생 치료에 써 주세요” 어린이집 기부천사 ‘칭찬해’
부산 동래 한빛어린이집 해솔반
직접 만든 영화 상영회 수익금
학부모 온정도 보태 229만 원
작년 이어 부산대 어린이병원 전달
구청, ‘대단한 어린이상’ 수여
지역사회에 따뜻함 전달 격려
부산 동래구의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수익금을 어린이병원에 전액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에 따뜻함을 주고 있다. 소식을 접한 동래구청은 아이들을 구청에 초대해서 상장을 수여해 ‘어린 기부천사’들을 격려하는 등 훈훈함을 더했다.
동래구 안락동에 위치한 한빛어린이집 해솔반 학생 10여 명은 지난 22일 경남 양산시 부산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신생아 중환자들을 위해 기부금 229만 1000원을 전달했다. 지난 13일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 ‘그물에 걸린 고양이 가족과 은혜 갚은 생쥐 가족’ 상영회에서 얻은 수익금 전부를 기부한 것이다. 해솔반 원아들은 올 5월부터 약 7개월 간 영화를 제작해 한빛어린이집에서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영화는 물에 빠진 생쥐를 구해 준 고양이 가족이 위험에 처하자 생쥐 가족이 은혜를 갚고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는 내용이다. 6~7세의 해솔반 아이들은 담임교사의 도움을 받아 직접 시나리오 작업, 연출, 출연 등을 맡아 영화를 완성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학부모와 주민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해솔반 아이들은 행사에서 영화 티켓, 팝콘, 쿠키 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어린이병원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수익금을 “우리보다 어리고 힘든 친구들을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어린이집 측은 기부 장소를 물색하다 부산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소식을 알게 된 학부모들도 직접 후원금을 모아 어린이집에 전달하는 등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온기를 더했다.
한빛어린이집 김건희 교사는 “기부금을 전달하고 나올 때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해서 하늘에서 눈을 선물해 주는 것 같다'고 말해 뿌듯했다”면서 “그동안 영화 촬영을 하느라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자기들을 위해서 쓰자고 하지 않고 동생들의 이름을 얘기하면서 동생 같은 어린 친구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해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한빛어린이집은 지난해에도 바자회 형식의 ‘가게 놀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부산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바 있다. 당시 한빛어린이집은 원아들의 옷, 인형, 장난감 등을 모아 ‘모두 행복한 가게’ 행사를 진행했고, 152만 원 상당의 수익금을 어린이병원에 전액 기부했다. 이 과정에서 원아들은 부산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위해 손수 적은 편지도 전달했다. 일부 기업은 바자회에 상품을 기탁하는 등 온정이 이어졌다.
한빛어린이집 측은 가게 놀이 등을 통해 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아이들이 기부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눔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빛어린이집 박희숙 원장은 “지난해 가게 놀이 수익금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됐다. 올해 영화 상영회에서도 아이들에게서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교사들은 따뜻한 마음을 품게 해 준다는 교육 방향에 맞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소식을 접한 동래구청은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동래구청은 지난 23일 한빛어린이집 어린이들을 구청 대회의실에 초대해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장준용 구청장은 이날 행사에서 직접 산타복을 갖춰 입고 아이들에게 ‘대단한 어린이상’을 수여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