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확보 불투명’ 연제구 문화체육복합센터 무산 위기
860억 중 710억 구비 충당
“지방재정 큰 부담” 지적 거세
구의회 "여론 수렴 없다" 비난
낮은 재정자립도도 걸림돌
부산 연제구 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을 위한 재원 마련을 놓고 제기됐던 우려(부산일보 12월 22일 자 10면 보도)가 현실화됐다. 국비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건립에 필요한 예산 860억 원 중 710억 원을 구비로 충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거센데다가 주민 공론화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계획 단계에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6일 연제구의회는 2023년 예산안 중 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제구가 구의회에 제출한 센터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센터 건립에만 700억 원이 넘는 구비가 소요된다. 의회는 막대한 예산 충당 방안과 사업 필요성 여부 등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지난달 15일 연제구의회 권성하의원은 연제구 2차 정례회 5분 발언서 86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인 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에 대해 “구청의 살림살이를 생각했을 때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 사업인지, 계획을 제대로 세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연제구청은 앞서 지난 7일 ‘연제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을 위한 구청장 주재 정책회의를 열고 사업 추진을 본격화한 바 있다. 구청은 청사 내 부설주차장을 활용해 최대 용적률을 적용한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 센터 건립을 유력안으로 검토했다. 공연·문화·체육·복지가 가능한 시설을 연제구 내에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석수 연제구청장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사업 진행을 위해 구청은 2023년 건축기획용역 예산 1억 7000만 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예산 부담이다. 연제구청의 기본 구상에 따르면 총 사업비 860억 원 중 150억 원만이 민자 등 기타 비용으로 투입되고 710억 원은 구비로 이뤄져 있다. 당초 21일 연제구청은 중앙정부의 공모사업비나 국비를 확보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으나 국비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와 시비 지원 논의조차도 진행된 바 없다. 국·시비를 일부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사업 진행에 수백억 원 이상의 구비 투입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예산 투입이 연제구의 재정 상황에 무리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연제구의 2022년 재정자립도는 17.7%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부산 16개 구·군 중 뒤에서 7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제대로 된 주민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권 의원은 “개청 이래 최대 규모 사업 추진을 결정하면서 주민 공론화 과정은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7년짜리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구청 측은 해당 사업의 정확한 규모가 2023년 건축기획용역을 통해 확정되는 만큼 총사업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센터 내부 건립 시설이 확정되는 대로 그에 맞는 국·시비 공모사업에도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