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일상문화 재발견 견인한 ‘신문화지리지’
문턱 낮은 ‘작은 문화’ 곳곳 뿌리
동서 격차 해소 등 현안 해결해야
부산 문화의 종합 안내서이자 부산 문화 사전이라고 부를 만한 ‘신문화지리지-2022 부산 재발견’이 〈부산일보〉에 3개월여 동안 매주 연재된 끝에 27일 마침표를 찍었다. 미술관 옆 화랑을 시작으로 발굴 현장, 촬영지 지도, 종합문화공간, 클래식 연주자, 시·소설 속 부산, 도서관과 책방, 소극장 지도, 춤 지형, 미디어 환경, 인디신,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축제에 이르기까지 15가지 주제로 부산 문화 지도를 완성했다. 기자들이 오로지 발로 뛰어서 부산 문화의 현주소를 확인한 땀내 나는 결과물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부산의 문화 환경은 ‘2009 부산 재발견’ 때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문화지리지는 부산의 일상문화를 재발견했다. 접근성 좋고 문턱 낮은 ‘작은 문화’가 일상 곳곳에서 보석처럼 박혀 꿋꿋하게 생존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갤러리 카페는 부산 전역으로 확산되어 미술을 시민 일상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인 생활문화센터는 시민 문화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하우스콘서트홀은 꾸준한 기획 공연으로 일상에 음악이 흐르게 만들면서 지역 문화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책방은 책방의 개성을 살린 북큐레이션과 독서 모임 등으로 문화의 향기를 내뿜으면서 골목 문화의 소중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미래가 불확실한 이들의 생존 여부다. 공연장은 부업을 하지 않으면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다고 한다. 정기간행물들은 대부분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생존투쟁 중이다. 연간 100회 이상 공연을 해도 라이브클럽은 공연장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다니, 장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원 기준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역 간 문화 시설 불균형 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화랑의 경우 해운대 집중에서 수영구와 원도심으로 확장되는 모습은 보이지만 여전히 남·수영·해운대에 몰려 있다. 소극장도 범일동-대연동-광안동-남천동-연산동의 도시철도 역세권에 집중되었다. 동부산권에 문화 시설이 집중되며 생긴 부산 동서 간의 문화 격차 해소는 당면 현안으로 떠올랐다.
신문화지리지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해운대구청은 해운대구만 따로 떼서 기획시리즈를 만들 작정이라니, 이런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면 좋겠다. 부산의 인디 뮤지션 ‘세이수미’를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세이수미는 한국과 유럽, 북미 온라인 콘서트를 성공리에 끝냈고, 해외 투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K컬처가 지금처럼 세계인들로부터 각광을 받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부산 문화의 가치는 지역에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마땅하다. 부산시와 정치권은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즌3을 기획할 때쯤이면 부산의 문화력이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몹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