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역대학, 혁신 주체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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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식 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연합회 회장

부산 대표 사학인 동아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대표 사학인 동아대 전경. 부산일보DB

올해도 지역의 대학들은 입시 홍역을 겪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역의 대학들이 점점 지역 학생들의 선택에서 밀려나고 있다. ‘인서울’ 프레임 속에서 지역거점 국립대학들도 서울 내 중하위권 대학보다 밀리고 있다. 이것은 대학만의 상황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서울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문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민국’이나 ‘지방식민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대한민국은 집단 무의식으로 내면화되고 구조화된 중앙집중 프레임 속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 프레임 속에서 지역은 소멸의 과정으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지역대학 스스로 혁신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역 책임론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입시만 두고 가정해 본다면, 단순히 서울에 있다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선호를 받는다.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의 교육비와 연구비가 주요 대학을 제외한 인서울 대학들의 평균을 능가하지만,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은 지역대학의 혁신만을 가지고 답을 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지역대학의 문제도 대학 자체만의 문제라기보다 지역의 문제이다. 이러한 지역소멸의 상황에서 중앙집중이라는 프레임을 깨뜨리고 지역과 지역대학이 제대로의 기능을 하게 하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올해도 여전히 학생 선택서 지역대학 밀려

일회성 아닌 국가 시스템 전반적 변화 필요

'광역고등교육구' 설정 등 지자체 협력 절실

이를 위해서는 단회성 정책 뿐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지난 정부에서 의제로 내세웠지만 시작도 못한 준연방 분권제는 여전히 유효한 과제로 남아 있다. 만약 준연방 분권의 정치적 운동이 큰 동력을 가지게 된다면 중앙집중이라는 단극체제에서 지역분권이라는 다극 체제로 가는 큰 흐름이 될 것이다. 다극 체제의 구조에서 중앙과 지역이 골고루 성장하고 자기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전체 경쟁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중요 단초가 될 것이다.

고등교육과 관련하여 현 정부의 인수위는 지역대학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자체에 행정 재정 권한을 위임하고, 지산학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를 제시한 바 있다. 지역 대학의 문제를 풀기위해 지역의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고등교육 분야에 제한되기는 하지만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중앙집중에서 지역성의 발휘라는 프레임 전환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 관할 주체를 시·도를 넘어 광역단위로 확장하는 가칭 ‘광역고등교육구’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 기관은 초중등 교육과 달리 광역시의 근거리에 위치한 도 구역에 소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역고등교육구’를 단위로 하여 관련 지자체들이 협력하여 ‘광역고등교육청’을 구성하고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되 각 지자체가 담당 업무 분량 단위로 실무 인력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또한 ‘지역고등교육위원회’는 광역 고등교육 정책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자체 산업체 대학 및 교수사회와 시민사회가 참여함으로써 지역 고등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대학들은 경쟁에 몰입하기 보다 서로 협력하는 구조를 속히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대학들이 각각의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만들어 우수 인력과 혁신역량을 산출하고 지역에 투여함으로써 지역 혁신의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지역대학이 한 마음으로 지역혁신 역량을 발휘하여 '이제는 지역대학시대'를 이끌어가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지역성을 발휘하고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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