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민 통합형 특사” 야권 “적폐 세력의 부활”
윤 정부 두 번째 특별사면
MB, 전 대통령 상징성 고려
김경수 ‘잔형 면제’ 정무적 판단
김기춘·우병우·전병헌도 포함
야 “묻지마 대방출 사면” 비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새해를 앞두고 단행한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의 키워드는 '국민 통합'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동시에 사면하는 등 여야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의 초점을 통합에 맞춘 것은 최근 뚜렷해진 국정 지지도 상승세에 동력을 보태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면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사면 대상과 범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일찌감치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직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지난해 11월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고 본다"며 사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15 특사 때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계획이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참모들 건의에 막판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지사를 사면하면서 내년 5월까지로 돼 있는 잔여 형만 면제하고 복권은 하지 않았다. 당장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다.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선 기간 불법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실상의 선거사범인 점, 재판 지연으로 도지사 임기를 일부 채우며 피선거권 박탈 등 별다른 정치적 불이익을 받지 않은 점,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김 전 지사 본인이 사면과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데 따른 국민 여론도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였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황에서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김 전 지사가 석방된 뒤 야권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정무적 해석도 나왔다.
국민통합 측면에서 사면 대상이 된 주요 정치인으로는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등도 있다. 이완영·이병석·신계륜·최구식 전 의원을 비롯해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 홍이식 전 화순군수 등도 이번에 복권됐다.
이번 사면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국정 농단 사건 등 소위 '적폐' 사범에 대해 과거 관행에 따라 불법에 가담한 공직자를 구제하는 차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특사에 포함됐다. 김해수·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진들도 형 선고 실효 또는 복권 대상에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 초·중반 재판에 넘겨져 이미 형기가 만료돼 석방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복권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인사 가운데는 MB정부에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내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 선고 유예'를 확정받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형 선고가 실효됐다. 다만, 내란 선동 혐의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에 대한 사면은 애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사면도 없었다.
야당은 이 전 대통령이 특사에 포함된 것과 관련, "부패 세력과 적폐 세력의 부활"이라고 혹평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며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내 맘대로 사면,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주의는 도대체 실체가 무엇인가"라며 "부패 세력, 적폐 세력, 국기문란 세력 모두 방생해주는 게 법치주의에 걸맞은 결정인지 묻는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