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일대 촬영 가능성… 여야 “군 안보 태세 구멍”
드론 테러 방어 레이더 유명무실
합참 “용산 상공 비행 항적 없다”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방공망을 유지해야 할 서울 한복판이 뚫렸다는 비판과 함께 군이 무인기 대응 절차를 제대로 지켜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여야는 일제히 ‘군 안보 태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가운데 가장 먼저 포착된 1대는 곧장 서울로 진입했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기까지 3시간가량 남측에서 비행했다. 무인기가 은평 방향으로 진입한 것은 물론, 서울 한강 이북에 해당하는 용산 근처를 비행하면서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하고 돌아갔을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무인기가 대낮에 대통령실 일대 상공까지 넘어온 정황이 포착되면서 군의 대공 방어망에 허점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수도권 핵심 시설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2019년 도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 ‘SSR’이 배치돼 드론·무인기를 탐지하고 주파수를 무력화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처음 맞은 이번 실전에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3m 이하의 무인기는 탐지나 식별이 상당히 제한된다”며 “어제 (서울로 진입한) 그 상황도 탐지와 식별을 계속 반복했던 사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가 2m급이라고 전날 밝힌 바 있다.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비행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근거조차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군은 북한 무인기 침범 이후 공중 전력을 투입하고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해 대응했다. F-15K와 KF-16 등 전투기는 물론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등 공격헬기까지 군용기 약 20대가 동원됐다. 작전 중 KA-1 1대가 이륙하다 추락하면서 방공 허점은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군은 민간 피해를 우려해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고는 하지만 북한 무인기의 목적이 단순 정찰인지 공격인지 알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응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여야도 수도권 상공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충격적 사안을 두고 일제히 군의 안보 태세를 지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5시간 이상 휘젓고 다녔음에도 격추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눈 떠 보니 선진국에서 한순간에 국격이 추락하는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거듭하다 이번엔 기습적으로 전술적 도발을 시도했다”며 “대응 과정에서 (우리) 전투기 추락은 둘째치고,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재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 충격”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