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거는 영화론 마지막” 부산 지킨 감독의 ‘라스트 필름’
경성대 연극영화과 전수일 교수
자전적 영화 ‘라스트 필름’ 개봉
25년 영화 삶 담은 12번째 작품
영화감독 주인공으로 본질 탐구
부산 배경 영화들 작품 속 삽입
기존 배급 틀 따른 영화론 마지막
앞으론 미술관 전시 등 다른 도전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더 만들긴 어렵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영화의 본질을 고민하는 여정을 담아 냈다. 인물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품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63세 전수일 감독이 연출한 ‘라스트 필름’이 29일 개봉한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부산 독립영화계를 이끈 그가 내놓은 12번째 영화다. 그는 데뷔작인 ‘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1997년 제50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2008년 제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검은 땅의 소녀와’로 2관왕을 차지한 감독이다. 이달 19일 수영구 광안동 한 카페에서 만나 ‘마지막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라스트 필름’은 전 감독이 25년 넘는 영화 인생을 돌아보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영화감독이자 연극영화과 교수인 ‘상민(장현성 분)’에게 자신의 고민을 투영한 자전적 영화다. 꿈을 좇으며 사는 고독한 ‘상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빚을 갚아 주겠다는 ‘만복’이 나타난다. 상민은 만복과 동행하며 꿈과 현실을 오가듯 다양한 일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자기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감독이 연출한 여러 작품이 간간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상민이 바다에 빠지면 배우 박하선이 출연한 ‘영도다리’ 장면이 갑자기 이어진다. 최민식 주연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장면도 찾아볼 수 있다. 상민의 학교 사무실에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포스터가 붙어 있기도 하다. 전 감독은 “주인공이 내 모습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면 상민은 본인의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캐릭터”라며 “그러한 순간 스쳐 가는 이미지나 떠오를 수 있는 장면에 과거 영화 이미지가 걸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트 필름은 감독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특히 영도대교와 바다 곳곳이 등장하는 영도를 이번에도 주요 배경으로 삼았다. 그는 “영도에서는 첫 영화인 ‘내 안에 우는 바람’에 이어 ‘영도다리’ 등을 찍었다”며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전 감독은 “깡깡이 작업을 하는 모습뿐 아니라 폐선과 무채색 거리 등이 공존해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고민하는 주인공의 정서를 잘 반영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영도를 주요 촬영지로 택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영화를 찍으며 경험한 이야기도 대사에서 묻어나온다. 상민에게 ‘사람들 안 보는 영화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있고, 계약을 잘못해 프랑스에서 감독의 영화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사연 등이 나온다. 전 감독은 “모두 실제로 경험한 일들을 영화에 녹였다”고 밝혔다. 그는 ‘라스트 필름’ 상민처럼 실제로 영화로 생긴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쫓긴 경험도 있다.
이번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전 감독 고향은 강원도 속초다. 하지만 ‘라스트 필름’에서 주인공이 영화 인생을 살아온 부산이 실제로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는 경성대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파리에서 유학한 뒤 모교 교수로 인생을 살고 있다. 전 감독은 “영화를 배우고 만들어 온 만큼 부산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과거, 현재, 자연, 바다, 산, 항구가 복합적으로 있는 부산이 내 터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도 부산 여러 기관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영화의전당이 도움을 준 ‘메이드 인 부산’ 영화다. 부산영상위원회도 ‘특수 촬영’ 등을 지원했고, 부산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가 배급을 맡았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라스트 필름’이라는 자전적 영화를 내놓은 전 감독은 기존 틀에 따르는 영화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작은 작품이라도 제작부터 배급까지 기존 시스템을 따르며 영화를 개봉했다”며 “그렇게 만드는 영화는 이제 마지막일 것 같다”고 밝혔다.
대신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의 작품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 감독은 “미술관에 전시할 수 있는 작품이나 ‘에세이 일기’를 찍는다든지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해 보고 싶다”며 “투자부터 배급 등을 염두에 두는 영화 대신 좀 더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곧 ‘마지막 영화’를 공개하는 감독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