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중도입국 아이, 5년 새 32% 늘었다 [이방인이 된 아이들]

손희문기자 moonsl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올해 4월 기준 1178명 집계
전국 평균 증가율 19% 웃돌아
학교 안 간 아이는 ‘통계 사각’
교육부 등 실태조차 파악 못 해
전담 컨트롤 타워 구축 시급

국내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10년 사이 배로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국제결혼 등이 다시 늘면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관계기관은 여전히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교 등록 기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9938명이다. 2013년(4922명)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471명에서 1178명으로 2.5배가 됐다. 부울경에서는 지난 5년 동안에만 32%(894명→1178명) 늘어나 전국 증가율(19%)을 웃돌았다. 올 4월 기준으로 부산에서는 사하구가 7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해운대구 66명, 사상구 43명, 수영구 35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국제결혼과 이주노동이 최근 회복세를 보여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증가세는 심상찮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이동휘 청장은 “올해 들어 국제결혼 관련 교육이 늘어나는 등 한국 이주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3년간 주춤했던 이주 관련 통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도 교육부나 지자체 등 관계기관은 제대로 된 관리·지원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전담부서가 없을 뿐더러 정확한 중도입국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재학생만 집계에 포함하기 때문에 학교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통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도 파악하지만, 부처마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범위가 달라 모든 아이를 포괄하지 못한다. 또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온 북한 이탈주민 자녀는 입국과 동시에 한국인으로 분류돼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으로 집계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정부 추정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이민정책연구원은 국내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1만 5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효율적인 관리·지원을 위해 전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김현숙 교수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정부 부처와 각 시·도 교육청에서 따로 시행되고 있어 지역별 지원 편차도 크고 정책 효과도 뜰쭉날쭉하다”며 “맞춤형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희문·이승훈 기자


손희문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