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달콤함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뇌에 있다
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정소영·성명훈
사회학자·의사가 펼치는 ‘맛있는 대화’
미각 인식 변화·맛 느끼는 과정 등 소개
<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회학자와 의사가 맛을 두고 펼치는 ‘맛있는 대화’라고 할 만하다. 책은 샐러드-수프-생선-파스타-고기-와인-디저트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저자들이 차례로 해당 음식과 관련된 인문학과 과학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사회학자 정소영은 문학과 철학, 사회심리와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미각에 대한 인식의 역사적 변화, 미식 트렌드에 담긴 사회적 의미, 음식의 지역성과 세계화 등을 다룬다. 한편 맛 작용의 핵심 신체 기관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성명훈은 인체가 음식물을 섭취하며 맛을 느끼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다채로운 식재료가 지닌 고유한 맛의 의미와 다양한 동물의 진화에서 미각의 변화 양상을 살핀다. 생리학·의학적 관점은 물론 뇌과학, 유전학, 진화생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를 아우른다. 대조적인 두 저자의 시각은 한층 깊은 미각의 세계로 이끈다.
디저트를 다룬 부분에서 시선이 꽂혔다. 사회학자는 카페에서 흔히 보는 ‘마들렌’과 ‘피낭시에’를 예로 든다. 마들렌은 밀가루, 버터, 달걀, 설탕, 레몬즙이 주재료고,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간다. 피낭시에는 밀가루가 소량만 들어가고 아몬드가루가 주재료다. 마들렌은 피낭시에보다 좀 더 폭신하고 포슬포슬하다. 사회학자는 피낭시에를 좋아하지만, 유명세로 치자면 상큼한 레몬향이 도는 마들렌이 단연 승자라고 말한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때문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마들렌 하면 프루스트를 떠올린다. ‘마들렌 모먼트’라고도 불리는 프루스트 효과는 특정한 냄새가 의도치 않게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가 됐다.
저자는 프루스트에게 잊힌 고향의 기억을 일깨운 것은 마들렌이 아닌 마들렌을 적셨던 차를 마신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마들렌 부스러기가 섞인 따뜻한 차가 그의 혀에 닿는 순간, 그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뭔가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의 기억은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다 숙모가 라임꽃차에 적셔서 주었던 마들렌 부스러기의 맛으로 연결된다. 그가 소설의 영감을 받았던 것은 마들렌이 아니라 맛이었고 미각적 감흥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의사는 디저트의 달콤함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맛을 가진 당분을 몸과 뇌가 원하기 때문이란다. 무게로 볼 때 뇌는 우리 몸의 약 2%이지만, 약 20%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당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 포도당은 몸과 뇌에서 가장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연료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고, 그래서 단 음식을 더 찾게 된다.
세속적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삶의 원칙이던 고대 그리스인에게 식탐이 중죄였다는 부분,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들의 호화로운 식사를 담당했던 요리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식당을 열면서 신흥 부르주아 가운데 미식가들이 등장해 미식 문화가 시작됐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맛 경험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 경험과 함께 일어난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식의 맛이라는 것은 혀에서 맛을 느끼는 세포와 코에서 냄새를 감지하는 세포가 보내는 정보를 뇌에서 종합한 결과다. ‘맛 경험’인 플레이버(flavor)는 단순히 향으로만 이해할 게 아니라 혀로 느끼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외에 냄새, 촉감, 온도 등 거의 모든 감각적 정보를 종합해 느끼는 뇌의 지각을 통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정소영·성명훈 지음/니케북스/260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