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국립중앙박물관 ‘명품 유물’은?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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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유물들/박찬희

<유혹하는 유물들> 표지 <유혹하는 유물들> 표지

옛사람들도 자기 얼굴을 그림으로 남겼다. 조선 시대 초상화에는 원칙이 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야 하고, 왜곡하거나 과장하거나 숨기는 걸 금기시했다. 심지어 ‘터럭 하나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였다. 또 그림에 그 사람의 정신과 기운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조선 시대 선비 서직수의 초상화(1796년)가 있다. 옛 화가의 대명사인 김홍도와 왕의 어진을 그렸던 화가 이명기가 힘을 합쳐 그렸다. 이명기가 얼굴을, 김홍도가 몸을 그렸는데, 당대 최고 화가들의 솜씨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서직수는 초상화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두 사람은 그림으로 이름난 이들이건만 한 조각 정신은 그려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는 아마 화가들에 대한 못마땅함이라기보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아쉬움인 듯하다.

<유혹하는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명품 유물 38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박찬희박물관연구소장인 저자가 쓴 유물 에세이다.

저자는 반가사유상을 보는 순간 꼼짝없이 얼어붙는다고 한다. 압도적인, 그러나 권위적이거나 위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힘에 이끌린단다. 2021년 반가사유상 두 점만 보여주는 전시실이 문을 열었는데 ‘사유의 방’ 이름이 붙었다. 사유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만나고 싶은 연예인을 직접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밖에 청자 칠보무늬 향로, 분청사기 상감구름용무늬 항아리, 백자 달항아리, 농경문 청동기 등 유물의 아름다움을 잔잔하게 전한다. 박찬희 글/임지이 그림/빨간소금/284쪽/1만 7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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