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명물 화어(花魚)를 아십니까?
‘꽃처럼 예쁘고 맛있다’의미
쥐치포와 같은 어포 특산품
많던 업체 고작 1곳만 남아
시, 대표 브랜드 재부흥 포부
경남 사천시가 한때 지역의 명산물로 꼽혔던 화어(花魚) 대중화에 나선다. 잊혀져 가던 특산품을 재부흥 시키는 것을 넘어 지역 대표 수산물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화어는 쥐치포와 같은 어포(魚脯)지만, 여러 어종을 활용한다. 지난 1967년 삼천포 명산물로 지정될 정도로 서부경남 지역민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특산품이었다. 하지만 생산업체가 거의 다 사라지면서 지금은 삼천포 지역민들에게조차 다소 생소한 단어가 됐다.
화어는 이름 그대로 ‘꽃처럼 예쁘고 맛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풀리면 서서히 어포로 만들 생선들이 잡히기 시작하는데, 이 때문에 꽃보다 먼저 봄을 알린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화어는 학꽁치와 붉은메기(나막스), 참새우, 달강어(성대), 복어, 달고기 등 기름기가 없는 생선 6종을 머리와 뼈를 제거한 후 꼬리가 붙어 있는 상태로 조미해 건조한다.
등 푸른 생선이 아닌 살이 하얀 생선만 사용하는데, 국화·해바라기·장미 등의 모양으로 꾸민다.
특히 진달래색 비트 물과 노란색 치자 물 등 천연 색소를 활용해 꼬리와 지느러미를 물들여 아름다움을 더한다.
화어 생산업체는 1980년 초만 해도 삼천포 지역에만 10여 곳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쥐치포만 생산했고 그마저도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
현재 화어를 생산하는 곳은 지난 1935년부터 대를 이어 오고 있는 사천 신선수산 한 곳에 불과하다.
워낙 만들기가 까다롭다 보니 대부분 업자들이 발을 뺐다. 6개 어종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데다 새우는 가격이 비싸고, 학꽁치는 뼈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일해도 선물용 1상자를 만들기 힘들다.
게다가 삼천포 화어는 수입과 냉동 수산물을 전혀 쓰지 않는다. 남해안에서 어획되는 신선한 선어를 사용해야만 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다.
쇠락한 화어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쥐치포다. 제작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고 생산량도 많아 수익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쥐치포를 만들면서 지역색이 희미해졌고 중국산 원료가 물 밀듯이 들어오면서 상품 가치도 하락했다.
사천시는 지역의 대표 수산물 브랜드로 다시 화어를 대중화 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사천에서만 제작되는 특산품인 만큼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선 8기 사천시 공약사업 가운데 하나다. 화어를 대중화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침체된 건어물 판매 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중화가 이뤄지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워낙 생산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공정의 간소화 작업이 필요하다. 해당 업체는 손이 많이 가는 학꽁치 뼈 제거 등 일부 공정에 기계화가 가능한지 확인 중인데, 사천시 역시 해양수산 보조사업을 통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 문제도 있다. 지금 시판되고 있는 화어는 큰 박스는 22만 원, 작은 박스는 18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이마저도 주문량이 많아 물량이 부족할 정도다. 더 많은 사람이 화어를 접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데, 시와 해당 업체는 2~3만 원 정도 되는 소포장 형태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냉동 생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사계절 선어 확보 방안은 장기적인 숙제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화어를 대중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수산 유통 가공 분야에 필요한 보조사업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김득주 신선수산 회장은 “화어를 대중화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대로 두면 화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는 데다 삼천포 수산물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화어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