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보조금 7년간 31조 4000억, 고강도 감사”
대통령실 “보조금 제도 개선”
윤 대통령, 관리 강화 지시
내년 상반기까지 실태 파악
부적절 사용 사례 전수 조사
관리 규정 보완책 마련키로
대통령실이 28일 민간단체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에 강도 높은 감사와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시민단체에 투입된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고 투명하게 집행돼야만 시민사회가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에 전면적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 수석은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그 배경에는 정의기억연대 등 보조금과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먼저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해 그 토대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두 달에 걸쳐 조사한 결과, 7년(2016∼2022)간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 400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
보조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조 5600억 원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4조 원, 2021년 5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5조 45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 원 정도 증가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지자체 민간보조금 사업까지 포함하면 민간단체가 받는 보조금이 상당할 것으로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이 기간 지원단체 수도 2016년 2만 2881개에서 2022년 2만 7215개로 4334개가 늘어났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 부처에 실태 점검을 지시할 계획이다. 투명하게 지원단체가 선정되고 회계처리가 됐는지,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2016년 이후 사업 중 문제 적발 사례(153건·환수금액 34억 원)가 전체 지원 규모에 비해 미미한 데다,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각종 문제 사례가 언론이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지면서 전면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세월호 피해자 지원 재단사업에서 총 10건의 문제성 회계처리가 발생한 점, 2018∼2019년 지역일자리창출 사업 보조금을 받은 뒤 허위출석부를 작성해 2억을 타간 혐의로 소송 중인 시민단체가 2020년 대통령표창을 받은 사례 등을 대표적 문제 사례로 거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것은 꼭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이 꾸준히 늘었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런데도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 부처 실태 점검을 통해 목적외 사용, 회계 부정 등 추가로 적발된 문제 사례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와 부정수급액 환수 조치가 진행된다. 대통령실은 관련 공무원의 업무처리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당연히 조사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태 점검과 동시에 지원체계 개선, 보조금법 관리규정 보완, 온라인 보조금 관리 시스템 개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보조금 사업 중 60%를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도 중앙부처 책임 아래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