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새로운 변곡점 맞은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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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주)리얼체크 비트코인뱅크 대표이사

2022년이 저물어 가며 블록체인 산업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부터 시작되어 FTX의 파산까지,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큰 보릿고개에 접어들었다. 투자금을 유용하던 수많은 크고 작은 블록체인, NFT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 와중에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2.0을 선언했고, 비트코인은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 수단 중 하나라고 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트코인 논문을 냈던 나카모토 사토시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상상하건데 나카모토는 금융 위기와 함께 기존 금융 제도의 높은 비용과 과도한 정보 요구 등에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이 괴짜는 블록체인 기술, 해시 등을 접목하여 ‘불특정 다수의 자율적 참여로 유지되는 화폐 발행 및 원장 보존이 가능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고안하여 전자적 화폐, 즉 ‘비트코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누구나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켜서 참여하면 자동으로 시스템의 보안성을 향상하는 동시에 비트코인이라는 보상책을 받는다는 당근과 채찍은, 가히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비트코인이 원하던 화폐의 기능은 점차 멀어져 갔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사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올라 버렸다. 거래 수수료로 써야 하는 비트코인을 계산해 보니 어지간한 화폐의 거래 수수료보다 비싸졌다. 그래서 비트코인매거진 편집장이었던 비탈릭은 차세대 비트코인인 이더리움을 만들게 되었다. 비탈릭이 ‘화폐 기능을 되돌리자’란 구호를 외치며 비트코인의 철학을 계속 염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 큰 보릿고개 돌입

투자금 유용 등 줄줄이 수사선상 올라

비트코인 비싸져 화폐 기능 멀어지고

위·변조 방지 기능 기술적 가치 탁월

거품 꺼지면서 투자 수단 매력 높아져

인프라 활용한 사업 모델 고려해야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 버린 비트코인은 화폐 기능은 잃어버렸지만, 높아진 비트코인 가격 덕분에 수많은 채굴자가 원장인 데이터를 10년 넘도록 견고하게 지키게 되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데이터는 이제 누구도 위조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유사 이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록 수단인 셈이다. 어찌 보면 개인 간 거래 가능한 전자화폐의 기능을 찾던 소가 뒷걸음치다 기록이란 쥐를 잡아 버린 셈이다. 낮은 수수료의 화폐를 만들고자 했던 블록체인의 효용은 시간에 따라 쌓인 기록이 가치로서 발휘되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수호하는 수많은 불특정 다수가 이 시스템을 유지하게 되었다.

2017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코인’이란 수사로 수많은 자칭 블록체인 전문가가 등장했다. 그들은 금융이 생소한 대중을 상대로 무법 지대인 코인을 사서 투자하라고 현혹했다. ‘돈이 되는 신기술인데, 코인은 가격이 오른다’는 핑계로 수많은 사업이 생겨났다. 그 틈새를 노려 ‘블록체인 기술과 코인은 분리해야 한다’를 외치는 호객꾼도 나왔다. 5년이 흐른 지금,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서비스는 하나도 없다. 앞서 살펴본 블록체인의 시스템도, 철학도 부재한 탓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외치던 미래는 돈만 긁어모은 뒤 시장을 왜곡시켰다.

무엇보다 산업을 보릿고개로 이끈 것은 자칭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프로젝트의 연이은 실패다. 블록체인 산업의 역풍, 코인으로 주목받던 테라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어려운 단어로 무장해 위세를 떨쳤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면서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되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못한 철옹성 같았던 대형 거래소인 FTX는 하루아침에 파산하며 개인 이용 고객이 보관 중이던 디지털 자산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더불어 찾아온 세계 경제의 침체는 이 보릿고개가 절대 짧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자산이 만들어 낸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을 곡해한 수많은 사업이 좌초되면서 관련 산업계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이야말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의 변곡점이라 생각한다. 우선, 비트코인은 전자화폐보다 데이터 보호의 기능인 기술적 효용 가치가 큰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데이터는 보통 관리자가 쉽게 정보 변경이 가능해 여러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때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이를 방지하는 원천적 기술이 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도래와 함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디지털 자산의 거품이 상당수 꺼졌다. 그렇기에, 다른 투자 수단보다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여태껏 기업들은 고객 및 기업 데이터 보호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특히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들보다 훨씬 큰 비용을 지불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곡해한 사업의 병폐가 드러난 이 시점에 블록체인의 효용 가치를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개형 블록체인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인프라를 활용한 여러 가지 사업 모델을 적극 고려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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