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부산의 아침을 깨우는 음악회, 이름은 달라도 정말 좋아요!”
연주자 무대 제공·관객 선택 폭 확대·공연장 활성화 ‘1석 3조’
금정문화회관 ‘11시 브런치 콘서트’ 올해 6회 개최 20일 성료
영화의전당 마티네콘서트 ‘11시 음악회’로 바꿔 28일 마무리
을숙도문화회관 ‘굿모닝 콘서트’…지난해 첫선 후 올핸 10회
부산문화회관 마티네 콘서트 2019년 11월 이후 중단 아쉬워
커피 한 잔과 즐기는 부산의 ‘아침 음악회’가 공연장마다 거의 자리를 잡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아는 만큼 들린다. 공연장마다 운영하는 이름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름 정착해 고정 관객도 제법 생겼고, 관객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부산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올해의 마지막 ‘11시 브런치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바로크 크리스마스’. 피아니스트 김정화의 해설로, 바이올리니스트 임재홍(동아대 음악학과 교수)이 이끄는 부산클래시컬뮤직소사이어티(BCMS) 앙상블 연주가 이어졌다. 코렐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을 시작으로 비발디, 퍼셀, 바흐 등이 남긴 바로크 명곡을 해설과 함께 감상했다. 45분 안팎의 연주에 해설이 들어가서 1시간 정도 소요됐다.
공연장에서 만난 50대 부부 김수경·최용태 씨는 “브런치 콘서트 프로그램도 좋지만 친절하게 해설까지 해 주어서 해운대구에서 일부러 금정까지 찾는다”면서 “올해 6회 콘서트 중 4번에 참석했는데 이 정도 품격에다 가성비까지 좋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정문화회관(강창일 관장)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11시 브런치 콘서트’는 2012년 시작했다. 올해는 격월로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개최했다. 관람료는 1만 5000원(헤리스카페 커피 포함). 매회 250~280명의 유료 관객이 든다. 금정의 경우, 연주자뿐 아니라 해설자를 같이 초청하는 게 특징이다. 또한 클래식에 중점을 뒀다. 반드시 클래식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공연장마다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금정은 클래식을 고집하고 있다.
영화의전당(김진해 대표이사)은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오전에 ‘11시 음악회’를 연다. 2012년 2월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첫선을 보인 ‘마티네 콘서트’에서 올 5월부터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청춘(靑春) 클래식’을 주제로 총 8차례에 걸쳐 아침 음악회를 진행했다. 클래식계의 유망주로 떠오르는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와 부산음악협회, 부산성악인협회 등 지역예술인이 협업했다.
지난 2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올해의 마지막 ‘11시 음악회’는 피아니스트 서형민과 앙상블 노이에가 꾸몄다. 2021년 독일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형민은 앙상블 노이에와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분위기가 담긴 곡을 직접 선곡하고 또 연주했다. 휴식 시간 없이 70분 동안 진행했다.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카페뤼미에르 녹차 혹은 커피 포함).
공연장에서 만난 60대 퇴직 교원 차한옥 씨는 마티네 시절부터 아침 음악회 팬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8번 모두 참석했단다. 관객 입장에서 어떤 매력이 있길래 십수 년째 팬이었는지 물었더니 되돌아온 대답이다.
“가성비가 엄청 좋습니다. 1인 입장료가 2만 원인데 재관람 할인 10%를 받으면 1만 8000원에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도 한 잔 제공되고요.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얻고 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주자들한테도 좋은 무대를 제공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을숙도문화회관(홍희철 관장)은 2021년 9월부터 ‘굿모닝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아침 음악회를 시작했다. 전석 1만 5000원(블랙업 커피 포함)으로, 지난 9일 제14회 을숙도 굿모닝 콘서트 ‘응답하라! 우리들의 1990’이 올해의 마지막이었다. 올해는 3월부터 12월까지 총 10회를 진행했고, 회당 평균 12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부산문화회관은 2017년 1월 재단법인 출범과 함께 ‘해설이 있는 웰빙콘서트’를 ‘마티네 웰빙콘서트’로, 다시 ‘마티네콘서트’로 이름을 바꿔 시즌5까지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2019년 11월 20일 공연이 마지막이었다. 2021년 다시 마티네와 비슷한 ‘인문학콘서트’로 6회를 진행했지만 이것도 1년으로 끝났다. 부산문화회관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중단된 이유도 있지만, 대표들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이 부침을 겪은 편이어서 아쉽다.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아침 음악회는 음악 사다리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청중을 개발한다는 의미이다. 브런치 콘서트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저녁에 열리는 대형 클래식 공연으로 연결해 수요를 늘려 갈 수 있다는 거다. 강창일 금정문화회관장은 “마중물 음악회”라고 표현했다. 홍희철 을숙도문화회관장은 “연주자는 무대에 서서 좋고, 관객은 선택 폭이 넓어져서 좋고, 더불어 공연장은 활성화되는 1석 3조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주간에 이루어지는 공연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마티네’ 콘서트 열풍은 계속돼도 좋을 듯싶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관객들은 물론이고 클래식이 어려운 관객들까지 재미있게 클래식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자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또 공연장을 활성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년 프로그램도 무척 기대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