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 지원보다 차별 해소 ‘똑같은 친구’로 대해주세요” [이방인이 된 아이들]
한국 안착한 장설·박블라직 씨
청소년기 적응에 주변 포용 절실
정체성 인정하고 문화 수용해야
험난한 청소년기를 거쳐 성공적으로 안착한 중도입국자들은 대한민국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정착하기 무척 힘든 곳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사회의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10년 전 중국에서 입국한 장설(28) 씨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중도입국 아이들은 낯선 환경·언어를 마주하면 자신감을 잃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며 “이때 한국 친구나 주변 사람의 포용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복 입기, 도자기 만들기 등 피상적인 지원 프로그램보다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차별 해소와 올바른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장 씨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원하는 것은 ‘똑같은 친구’로 대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10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못 하는 고등학생이었다. ‘한국어를 못 하니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한국 친구들이 언어 학습과 학교 생활에 도움을 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부산대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금은 자신과 같은 중도입국 아이들이 적응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러시아 출신 박블라직(21) 씨도 “한국에 왔을 때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이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친구들이 격의 없이 말을 걸어 주고 다가와 줘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편견과 차별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섯 살 때 한국에 들어온 박 씨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20년 포스코 신입사원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이들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부모 교육과 가족 회복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관심을 바랐다. 장 씨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초기 한국 경험은 부모의 행동반경과 거의 일치한다”며 “부모 교육도 하고, 정보에 소외되지 않도록 중도입국자의 사회연결망의 크기를 넓혀 줄 지원 체계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재혼 가정인 경우가 많다”면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과 혼란을 겪을 수 있어 가족 관계 향상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도입국 아이들도 스스로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씨는 “자신의 뿌리(정체성)를 정확히 알되, 동시에 한국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들이 출생 국가와 한국의 문화, 생활의 차이를 깨달으면서 적응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들이 향후 한국과 지역사회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 한국 역사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박물관 큐레이터’를 비롯해 해외 파견 기술 엔지니어, 국제기구 직원 등 ‘훌륭한 한국인’이 된 아이들은 많다. 박 씨는 “다른 문화 경험, 이중 언어 구사 능력 등을 갖춘 한국의 인재로서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아이들이 많다”고 힘줘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