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병원서 ‘신규 소아과 전공의’가 사라졌다
부산 6개 병원 지원자 현황 ‘0명’
근무 여건 열악 수가도 낮아 기피
전문의가 돌아가며 겨우 당직
소아 응급체계 붕괴 현실화 우려
당국, 수가조정 대책 마련 부심
부산 지역 6개 대학병원 모두가 내년도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부족 때문에 평일 야간이나 주말 등에 ‘소아 응급환자 의료 공백’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부산 지역 각 대학병원에 따르면,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아청소년과 기피 사태에도 꾸준히 전공의를 받아 온 부산대병원에도 5년 만에 처음 지원자가 없었다. 해운대백병원에는 5년 넘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상태다. 고신대복음병원도 4년차 전공의가 전문의 시험으로 병원을 떠나는 바람에 내년부터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전공의는 주로 평일 야간, 주말·공휴일 응급 환자를 담당한다.
해운대백병원은 소아 응급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소아 응급 담당 전문의 4명을 추가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동아대병원은 외래를 보는 전문의들이 야간 당직을 서며 응급체계를 유지한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나 어린이 병원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환자가 많이 몰리는 만큼 전문의가 돌아가며 당직을 선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응급 진료 축소는 없으나 초진 환자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전공의가 있는 병원도 안심할 수는 없다. 4년차 전공의들이 곧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러 떠나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고, 서울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3곳의 대학병원이 주말이나 평일 야간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줄어든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따른다. 저출산으로 소아청소년 인구가 급감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다 소아 환자의 경우 성인보다 진료가 까다로운 특성을 지닌다. 수년 전부터 인력 부족 때문에 근무 여건은 더욱 열악해졌으나, 낮은 수가 탓에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필수 의료인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대란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부산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오후 11시까지 경증 진료가 가능한 ‘달빛 어린이병원’을 현재 3곳에서 1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달빛 어린이병원은 중증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힘든 한계가 뚜렷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인다. 김형수 부산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은 “복지부의 수가 체계 개선, 국회의 법제화 등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면서 “부산시가 응급실 인력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소아 응급실을 갖춘 공공어린이병원 확충 등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