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탈선사고 통영 욕지섬 모노레일 고철덩이 되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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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안전 진단 용역 결과
92억 원 투입해야 재개장 가능
통영시 복구·철거 놓고 고민

2021년 차량 탈선으로 8명이 다친 통영시 욕지도 관광모노레일 사고 현장. 부산일보DB 2021년 차량 탈선으로 8명이 다친 통영시 욕지도 관광모노레일 사고 현장. 부산일보DB

승객 8명이 크게 다친 차량 탈선 사고로 1년 넘게 멈춰 선 경남 통영시 욕지도 관광모노레일(부산일보 2022년 8월 10일 자 11면 등 보도)이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안전 진단 결과 설계와 시공 전반에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 운행 재개를 해선 기초부터 레일까지 전면 재시공이 불가피하다. 117억 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최소 90억 원 이상을 더 투입해야 할 판이다. 복구와 철거를 놓고 통영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영시와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최근 마무리된 ‘욕지섬 모노레일 안전 진단 용역’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용역은 인제대학교 최용주 교수팀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협업했다. 용역팀은 앞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분석한 뒤,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욕지 모노레일은 ‘래크&피니언 기어’ 구동 방식이다. 레일을 따라 직선으로 고정된 ‘래크 기어’와 구동모터에 붙어 회전하는 ‘피니언 기어’가 맞물려 차량을 움직인다. 속도와 간격은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와 GPS를 통해 자동으로 제어한다. 분당 75m, 초당 1.25m씩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이를 초과하면 감속기가 작동해 차량을 제어한다. 그런데 사고 당시 감속해야 할 내리막 구간에서 오히려 가속했다.

국과수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차량 롤러(바퀴)에 들어간 ‘베어링’을 지목했다. 베어링은 차량과 레일 사이에서 하중을 견디며 마찰을 줄인다. 욕지 모노레일에는 강구(쇠구슬)가 든 ‘볼 베어링’이 들어갔다. 그런데 사고 직후 앞, 뒷바퀴에서 강구가 깨진 베어링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간격이 벌어진 기어가 헛돌면서 구동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용역팀은 비정상적인 차체 흔들림과 주행 충격이 쌓여 베어링 피로 파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중을 견뎌야 할 레일 지주 지지력이 부족해 차량이 상하좌우로 휘청이는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콘크리트 기초 위에 강관 지주를 세운 시·종점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구간은 별도 기초 없이 지름 50mm 일반 비계 파이프를 맨땅에 꽂았다. 이 때문에 사람이 흔들어도 움직일 정도로 버티는 힘이 약했다. 운행 충격에 자리를 벗어나거나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지주도 발견됐다. 결국, 차량과 레일 간 정렬이 어긋나 한쪽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일부 바퀴의 내부 베어링이 파손됐다는 게 용역팀 설명이다.

용역팀은 “볼 베어링은 집중하중에는 취약하다”면서 “바퀴와 레일 간 허용 유격이 1~4mm로 너무 큰 데다, 완충장치도 없어 이런 현상이 고착됐다”고 했다. 레일과 기어 소재로 마모와 변형에 약한 연강을 썼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용접부가 함몰되고 레일 중심축이 어긋난 부실 공사도 일부 확인됐다.


용역팀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강관’ 지주를 전 구간으로 확대하고, 지주·레일·기어 재질은 마모·변형에 강한 합금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중 분산에 유리한 ‘롤러 베어링’과 주행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도 보완설계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관건은 예산이다. 시와 공사는 애초 26억 원을 들여 급경사 구간을 개선하고 비상제동장치만 추가한 뒤 오는 2월 재개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용역 결과대로라면 최소 92억 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이마저도 추정일 뿐, 실제론 100억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복구할지, 철거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진단 결과를 세밀히 분석하고 현지 주민 의견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욕지 모노레일은 총연장 2km(편도 1km)의 순환식 궤도로 통영시가 117억 원을 투입해 욕지도 본섬에 설치한 관광시설이다.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운영을 맡아 2019년 12월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개통 6개월 만에 일부 레일에서 이상 변형이 확인돼 한 달 넘게 운행을 중단하는 등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이후 누적 탑승객 18만 명을 넘어서며 연착륙하는 듯했지만, 2021년 11월 28일 하반기 정기 휴장을 하루 앞두고 탈선 사고가 발생해 운행을 중단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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