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산 산재 사망 24명… “안전망 제대로 구축해야”
‘떨어짐’ 사망 사고 16명 최다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노동계 "업주 처벌 없어 악순환”
구조적 원인 해결·관리 촉구
지난해 부산에서 최소 24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결국 가족들과 함께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지 못했다. 지역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99%를 차지하는 부산 산업을 반영해 제대로 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부산노동권익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24명이다. 재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떨어짐’이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딪힘’이 7명, ‘끼임’이 1명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집계한 부산지역 산재 사고 사망 노동자 수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망 사고 속보 기준으로, 공단은 정확한 사실이 확인된 중대재해를 기준으로 사망 노동자 수를 집계한다. 장시간 원인 분석이 필요로 하는 사망 사고는 게시하지 않아, 실제 지난해 부산지역 산재 사망 사고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센터는 설명했다.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부산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사각지대’가 많아 법안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센터는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부산지역 사업체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다. 부산은 종사자 50인 미만 사업장이 2020년 기준 39만 8000여 개로 전체의 사업장의 99%였고 5인 미만 사업장도 전체의 87%인 35만여 개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책임을 사업주에게 직접 물어 산재 사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는 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다. 중대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때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부산 북구 한 아파트에서 외벽 도색을 작업하던 2명의 노동자가 바닥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추락 사고 원인으로 안전고리 결함 문제와 작업용 밧줄 노후화 등이 지목됐다. 비슷한 산업재해 사고가 두 차례 연달아 일어났지만, 해당 업체는 근무 인원이 4~5명인 소규모 업체여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떨어지고 부딪혀 목숨을 잃고 있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안전 관리 강화보다 노동자 통제만 강화한 대책을 내놓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산재 사망 사고를 줄이겠다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기 규율 예방체계 확립,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문화 확산 등을 통해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벌보다는 노사 자율에 맡겨서 중대재해를 감소시켜 보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법안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사고의 구조적 원인 해결과 관리보다 노사 자율만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가 우려스럽다”며 “새해에는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