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 년 만에 스스로 물러난 교황… 베네딕토 16세, 95세 일기로 선종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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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수품, 2005년 교황 선임
낙태 반대 등 교리 수호에 앞장

2005년 4월 19일 새 교황으로 선출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신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베네딕토 16세(위). 그가 선종한 2022년 12월 31일 바티칸 교황청에 조기가 걸렸다. 로이터·EPA연합뉴스 2005년 4월 19일 새 교황으로 선출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신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베네딕토 16세(위). 그가 선종한 2022년 12월 31일 바티칸 교황청에 조기가 걸렸다. 로이터·EPA연합뉴스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22년의 마지막 날 95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그는 정통교리를 강조한 보수주의 신학자이자 700여 년 만에 스스로 물러난 교황으로 기록됐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 34분에 바티칸에서 돌아가셨다고 슬픔 속에 알린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위독하다는 소식은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교황청은 신자들이 작별 인사를 전할 수 있도록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한 뒤 사흘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공개한다. 장례 미사는 1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다.

베네딕토 16세의 속명은 요제프 알로이지우스 라칭거다. 그는 1951년 사제로 서품되고, 1977년 추기경이 돼 뮌헨과 프라이징 대주교로 임명됐다. 4년 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부름을 받아 라칭거 추기경은 로마 바티칸에서 정통 교리 수호를 책임지는 직책인 신앙교리성의 장관이 돼 25년 동안 재임했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뒤 라칭거 추기경이 콘클라베 전통에 따라 그의 후계자로 선출됐다.

그는 수도원과 베네딕트 수도회를 설립해 유럽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도움을 준 6세기 수도사, 누르시아의 베네딕트의 이름을 따 베네딕토 16세가 됐다. 베네딕토 16세는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유럽을 재복음화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2월 11일 스스로 교황에서 물러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는 1294년 첼레스티노 5세 이후 719년 만에 발생한 일이다. 가톨릭교회 2000여 년 역사상 생전 직책을 중단한 교황은 5명에 불과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그는 항상 열렬한 충성주의자들과 강한 비판자들을 끌어들이는 교황이었다”고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에도 가톨릭교회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동성애나 낙태 등 점증하는 세속주의에 직면해 교회 교리를 옹호한 지도자로 여겼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를 교회 내 성적 학대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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