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역대 최대 국비 확보'의 그늘… 부산시 살림은 나아진 걸까
김종우 서울정치팀 차장
부산시가 올해 8조 7350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늘 그렇듯이 역대 최대 규모다.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 도시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산시 살림은 넉넉해진 걸까.
부산시가 ‘확보’했다는 국비의 상당수는 부산시 ‘통장’에 입금되지 않는다. 사업 주체가 부산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에코델타시티다. 올해 사업비가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에코델타시티는 수자원공사가 사업주체다. 수자원공사 자체 사업이어서 중앙정부의 국비투입도 없다. 그러나 에코델타시티 예산은 매년 부산시가 ‘확보’한 ‘국비’에 포함된다.
부산시는 ‘국비 확보’ 기준을 지역으로 본다. 환경부 사업도, 국토교통부 사업도 부산시의 ‘국비 확보’ 성과가 된다. 실제 국토부가 사업 주체인 ‘가덕신공항’은 부산 사업이다. 경남에서 맑은 물을 끌어오는 ‘물 공급체계’ 구축도 부산 사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래서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은 외부 기관의 부산 사업 예산 확보도 적극 지원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국비 확보액이 늘어나도 부산시 살림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올해 부산시 살림살이는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부산시가 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 비율이 감소한다. 부산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3.4%였던 시의 재량지출 비율은 올해 21.1%로 줄어든다.
집안 살림도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줄면 활동이 위축된다.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중요한 사업이라도 ‘지방비 분담’ 비율이 높으면 피하게 된다.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의존은 더 커진다. 도로를 만들려고 해도, 하수관을 교체하려 해도 중앙정부만 바라보게 된다.
부산시 살림살이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정부는 특히 정책 의지로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방에 주는 돈(이전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재정 전문가들이나 중앙 언론이 이런 주장을 편다. “내국세 일정 비율을 (지방에) 이전하는 방식은 재편할 필요가 있다.”(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지방이전지출을 (중앙정부) 의무지출에 꼭 포함시켜야 하는가.”(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런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지방 재정 확충은 어려워진다.
지방에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움직임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지방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일부 수정했다. 기존에 시도교육청이 중등교육에 쓰던 재정 일부를 올해부터 대학에 쓰는 방식다.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원 확보”가 명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 지원’은 대부분 중앙정부 재정이 담당했다. 지방교육청에 재정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올해는 부산시 세입의 ‘근간’이 되는 세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부동산 거래세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세 하락에 따라 공시가격도 떨어지면 보유세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처럼 부산시의 올해 살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넘쳐난다. ‘역대 최대 국비 확보’는 분명한 성과지만 부산시 살림은 더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