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와 함께한 내 삶, 댕댕이와 함께하는 내 일 [덕업일치 성공기]
[더 부산 2030] 덕업일치 성공기
애견카페 ‘월월월’ 황가희 대표
강아지와 동반 출퇴근 꿈꾸다 창업
맞춤옷 판매부터 시작 간식도 제작
올해는 반려동물 교육사업도 구상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1위는?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고 운동선수다.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하지만 학창 시절을 거쳐 취준생이 되면 좋아하는 일은 대개 뒷전으로 밀려난다. 경제적 안정을 좇아, 부모 조언에 따라, 꿈보다 현실을 택하는 이들 사이에서 “그래도 꿈”을 외치는 부산 청년들이 있다. ‘덕업일치’,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당찬 걸음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주택가의 상가 건물. 현관문 앞에 설치된 허리 높이의 나무 문을 열기 무섭게 “멍멍멍” 하면서 공간의 주인공들이 손님을 반긴다. 아기자기한 소파와 테이블 사이로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노는 이곳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월월월’.
공간의 주인장 황가희(32) 대표는 갓 30대에 접어들었지만 대표 직함은 벌써 6년째다. 친구들이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 황 대표는 고민 끝에 창업을 택했다. 우선순위인 강아지 때문이다.
황 대표에게 강아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곁에 강아지가 있었고, 중국 유학 시절 1년을 제외하곤 평생 강아지와 떨어진 적이 없다. 대학생 땐 한 달 동안 강아지와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도 강아지 일곱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다.
반려동물 관련 창업 결심이 섰을 즈음 우연히 알게 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선발됐다. 6개월 교육과정을 마친 뒤 창업지원금에다 대출금을 더해 첫 번째 ‘월월월’을 개장했다.
“당시 서울에선 강아지 목걸이 하나도 맞춤 제작하는 게 흔했어요. 부산에도 언젠가 그런 문화가 생길 거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죠.” 소형견 전문 카페가 흔치 않던 시절, 강아지를 키우는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월월월’은 금세 사랑방이 됐다.
가게 확장을 고민할 즈음 시련이 찾아왔다. 유럽여행까지 함께했던 ‘잉크’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다.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죽은 뒤 겪는 극도의 상실감)에 시달린 황 대표는 가게를 접고 방황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며 1년간 마음을 다잡은 그는 2020년 8월 규모를 대폭 확장해 두 번째 ‘월월월’을 개장했다. 잉크와 함께 산책하면서 눈여겨보던 곳이었다.
“개업일에 태풍이 왔지만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첫 번째 개장 땐 다들 반신반의했는데 이제는 줄 서서 찾는 곳이 된 거죠. 진짜 감회가 남달랐어요.”
‘월월월’ 2기는 애견 동반카페를 넘어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확장 개장 직후에 닥친 ‘코로나 재유행’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2020년 겨울에 코로나가 엄청 심해지자 카페 실내 영업이 금지됐어요. 공간에 얽매이면 안 되겠다 싶어 온라인 사업을 더 많이 준비했죠.”
현재 황 대표는 수공예 강아지 용품과 간식 브랜드도 출시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강아지 용품은 황 대표와 어머니가 뜨개 디자인을 하면 경력단절 여성들이 제작에 참여한다. 강아지 간식엔 기장 미역·멸치, 대저 토마토 등 부산지역 특산물을 넣었다.
패스트푸드점·카페 아르바이트, 수공예 자격증, 블로그 운영 등 20대 시절의 경험을 고스란히 사업에 녹이다 보니 황 대표는 어느새 직원까지 둔 청년창업가로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반려동물 관련 교육사업도 본격화할 생각이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펫티켓 등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있어요.”
황 대표는 자신이 그러했듯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적극 돕는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1년 이내에 폐업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좋은 미래만 꿈꾸며 정보를 찾다 보니 좋은 점만 보더라고요.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준비를 잘 했으면 좋겠어요.”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